한삼국지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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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통일한 수나라와 당나라의 야망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100년 전쟁사를 다룬 《한삼국지》는 삼국 사기와 삼국유사를 토대로 쓰인 한반도 판 삼국지 소설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의 역사는 한반도의 중앙집권체제가 형성되는 시기이자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던 시기였다.

 

《한삼국지》는 삼국시대의 주요인물인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과 연개소문 장군, 백제의 계백 장군, 신라의 김유신과 무열왕 김춘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큰 강물이 흘러도

무거운 바위는 구르지 않는 법입니다.

고구려는 선대 대대로 강합니다.

수나라의 물결이 아무리 거세어도

고구려는 꿈쩍하지 않을 것입니다.

방어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바위가 제자리를 떠나면

구르고 닳아 작아지고

결국 부서지게 마련입니다." p.41

 

고구려를 욕심내는 당나라에게 고구려를 치기 전에 백제를 함께 멸망시킨 뒤, 고구려를 정복하자고 설득하는 신라. 학창 시절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위해 나당연합을 꾀하고 왜를 개입시키는 것을 보면서 '만일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당나라와 왜를 개입시키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지금과 달랐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좋게 보면 다자 외교의 중요성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한 민족의 뿌리로 보았을 때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한 삼국의 대립은 동맹과 적이 수시로 바뀌며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음을 보여준다. 권모술수가 판치는 100년의 전쟁사에서 최후의 승자는 신라였다. 가장 후발주자에 약했으나 철저히 실리 외교를 추구하며 다자외교에 능했던 신라는 결국 백제를 멸망시키고, 고구려를 외교적으로 고립시켰기 때문이다.

 

《한삼국지》는 전쟁터를 생생하게 묘사해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듯 실감 나는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인간의 세상에서는 결국 처세에 능한 이가 살아남고 강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미 익숙한 역사와 위인들의 이야기이기에 책장 넘기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위기 때마다 고승들이 전하는 지혜는 지금 곱씹어 보아도 지혜로운 구절들이 많았다.

 

저자는 《한삼국지》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시간은 역사를 지워나가지만 역사는 인간들의 생명력을 먹고 다시 태어났다. 인간들이 흘린 피와 눈물들은 역사를 발효시켜 흔적이 되었고, 영웅들이 내쉬었던 숨결들과 지략들은 승화되어 문명의 발자취로 남았다."

 

탐욕에 미친 인간들은 세상을 가만히 놔두지 않듯, 여전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우리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21세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는 어느새 북한의 도발에 익숙해져 버렸으며,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지정학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샌드위치 형국이다.

 

난세의 영웅에게서 지혜와 답을 찾듯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역사의 영웅들을 만나는 시간을 종종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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