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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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가 "이 책을 읽고 우샤오러의 모든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라며 극찬한 소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촘촘한 서사가 인상적이었다.

 

거짓말은 결혼 생활에서 윤활제이지 걸림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변호사 판옌중은 전처와의 이혼 사유를 적당히 얼버무린 채 우신핑과 재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연락 두절되면서 그녀가 지금껏 말하지 않았던 과거와 비밀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한다. 마주하기 두려운 비밀을 짊어진 두 남녀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얽혀있는 관계들. 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마음에 품은 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아물지 않은 상처와 비밀은 시간이 갈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데...

 

돌연 행방불명된 아내 우신핑의 행적을 쫓다가 내가 알던 아내가 아니었다는 설정은 「화차」를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우신핑의 친구 오드리는 판옌중을 우신핑 실종의 용의자로 보고 경찰에 신고하고 추격전 끝에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판옌중이 다루던 사건이 미성년자와의 관계에 대한 사건이었다는 것 또한 우연은 아니었을 터. 베일에 싸인 우신핑의 과거를 따라가며 성범죄 피해자들의 2차적 가해자는 다름 아닌 가족이라는 뼈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잊히지 않는 기억을 끓어안고 교사와 친족의 성폭력의 피해자가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족에게조차 외면당한 채 살아가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과연 비밀이 없는 관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언젠가는 세상으로 나올 비밀의 속성을 알면서도 비밀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지도.

 

 

아무튼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미스터리로 잘 버무린 사회 고발 미스터리 소설로 촘촘한 얼개에 몰입도 높은 소설이었다. 범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우샤오러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밀이란 그런 것이다. 비밀의 존재를 숨기고 없는 척할수록 그 비밀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어디를 가도 그 비밀이 따라온다. 시간이 쌓이면서 그 비밀을 지키고 싶기도 하고 없애버리고 싶기도 한두 가지 생각이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며 우리를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p.111

친구의 상황이 자신보다 훨씬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사람들은 곧잘 질투심에 사로잡혀 불행감을 느낀다. 팔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불운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그 친구도 결국 비슷한 처지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친구의 불운을 떠올리며 은밀한 행복감을 느낀다. 이럴 때 그들의 우정은 허위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더없이 진실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p.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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