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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평점 :
《고스트 라이터》의 프롤로그의 마지막 네 문장에서 이미 한 여인의 완벽한 거짓말이 무엇일지 몹시 궁금해진다.
완벽한 아침.
완벽한 남편.
완벽한 딸.
완벽한 거짓말.
32살의 베스트셀러 작가 헬레나는 3개월 남은 시한부 인생을 자신의 이야기로 장식하려 한다. 지난 4년간 그녀의 영혼과 육체를 갉아먹게 한 죽은 남편 사이먼과 딸에 대한 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그녀는 평소 라이벌이라 여기던 작가 마르카 반틀리에게 대필을 부탁하며 자신에 대한 단죄가 시작되는데...
인생은 우리에게 짐을 지우면서
그 짐의 무게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 짐을 짊어지거나
무너져 내리거나 둘 중 하나다.
<고스트 라이터> p.390
헬레나의 자백, 그리고 4온스의 해방. 그녀는 죽음이라는 인생의 변곡점에서 숨길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자백'함으로써 자신을 단죄하는 동시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이먼의 죄를 드러내고 속죄하며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로 이해받고, 자신과 화해하면서 내면의 평화를 얻는 헬레나.
고스트 라이더는 헬레나, 대필 작가 마크, 에이전트 케이트의 시선을 오가는 전개는 집필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촘촘히 쌓아 올린 완벽한 거짓말의 진실 외에도 마크의 역할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마크 역시 촉망받는 저자임에도 공동 저자가 아닌 대필 작가라는 그림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헬레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생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바탕이 된 고스트 라이터의 인간미가 마음을 뭉클하게 하며 감동을 더하기 때문이다.
책의 본문에 '헬레네는 가장 어두운 장면을 쓰면서도 유머 한 스푼을 넣을 줄 아는 작가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의 심장이 멈추지 않을 정도의 생기를 불어넣을 줄 아는 작가다'라는 문장이 있다. 아마도 저자 앨러산드라 토레가 듣고 싶었던 찬사가 아니었을까.
서스펜스의 깔끔한 마무리가 여운을 남기는 《고스트 라이터》는 반전 매력의 소설이다. 앨러산드라 토레의 작품을 처음 접하지만, 하나하나의 퍼즐 조각을 맞춰가며 감정선을 자극하지만 너무 잔인하지 않아 재미는 충분한 심리 스릴러 소설 맛집 미래지향의 책이니 망설임이 없었다.
《고스트 라이터》 역시 헬레나의 마지막 책이 완성되어 갈수록 마음은 괴로울지언정 쉼 없이 책장을 넘기며 끝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소설의 찜찜한 결말을 싫어하고, 너무 자극적인 스릴러가 부담스러운 심리 스릴러 소설 애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으로 제격인 듯하다.
그나저나 왜 우리는 진정 소중한 사람의 부재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