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더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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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더 원더》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기적의 '금식 소녀' 애나를 중심으로 감시자로 파견된 간호사 엘리자베스 리브의 시선으로 진실을 파헤치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한 소녀가 수개월째 주님의 성수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살아간다는 소문이 퍼지고, '꼬마 기적'이라 불리며 단숨에 유명해져 취재하려는 이들과 기적을 보려는 인파로 붐빈다. 이윽고 진실 공방에 위원회가 조성되고 나이팅게일의 제자인 리브가 2주간 애나의 건강 상태를 관찰하게 된다.


 


리브는 애나를 처음 마주한 리브는 누군가 음식을 먹이지 않고서는 4개월간 금식한 소녀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음을 알아챈다. 간호사 외에 그 누구도 단둘이 접견할 수 없도록 하자, 불과 며칠 만에 아이는 눈에 띄게 쇠약해져 간다. 애나와의 적정거리를 유지하던 리브는 사랑스럽게 죽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상황에서 고뇌에 빠지고, 아이가 단식하게 된 결정적 이유를 알게 되는데...


 


한 아이의 생명보다 사실의 진위가 더 궁금했던 어른들의 이기심과 위선은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위원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야위어 가는 아이를 보면서도 성스러운 아이로 추앙받기를 원하는 엄마의 그릇된 모성애, 아이와 약속했다는 이유로 더 이상 음식을 권하지 않는 아버지, 급격히 쇠약해지는 모습을 알면서도 방관하는 의사 그리고 가톨릭 신부까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사건의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어른들의 민낯이었다.


 


물론 19세기 아일랜드의 대기근 이후의 빈곤한 상황에서 '음식이 필요 없는 아이'는 추앙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면 과연 사랑하는 아이에게 음식을 주지 않으며 방관하는 것도 무죄라 볼 수 있을까?


 


애나는 성서 구절을 암송하고, 애나의 가족들은 매일 종교 의식을 거르지 않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소설 《더 원더》는 종교적 색채가 강한 편이다. 저자는 아마도 허례허식에만 집착하는 위선자의 그릇된 믿음을 비판하는 동시에 광신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더 원더》는 처음 접한 엠마 도노휴의 작품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눈앞에 중세 시대가 그려지면서 순식간에 19세기 아일랜드로 데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금식 소녀의 변화에 집중하게 하고, 어른들의 위선에 분노하면서도 리브와 애나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책장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마지막에 리브가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은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개시키며 독자가 삼킨 고구마와 분노를 삼켜주며 미소 짓게 만든다. 직접 읽어봐야 전해지는 감동을 맛보시길 추천한다. 플로렌스 퓨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도 있으니 중세풍의 영상을 감상하고 싶다면 영화로 느껴봐도 좋을 것 같다.


 


더 원더를 읽으며 마음에 박힌 문장,


"보지 않으려 하는 자만큼 눈먼 자가 없다."


선입견을 버리고,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는 지혜와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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