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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평점 :
유령의 집이라는 부제가 어울리는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은 성탄 전야에 난롯가에 모여앉아 숨죽이며 귀 기울이며 시작한다.
현대적인 고딕 소설 《나사의 회전》은 한 남성이 여인의 회고록을 읽어주며 시작한다. 회고록을 집필한 이는 한적한 시골 블라이 저택에서 사랑스러운 10 살 소년 마일스와 8살 소녀 플로라 남매의 가정 교사로 일하게 된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다.
가정교사는 아이들과 친해지기도 전에 학교로부터 방학 이후부터 마일스의 퇴학 편지를 받게 되고, 어느 날 의문의 유령을 목격하면서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예의 바른 마일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아이들 곁을 맴도는 유령의 정체는 블라이 저택에서 일하던 하인 피터 퀀트와 전임 가정교사 미스 제셀로 밝혀진다. 블라이 저택을 관리하는 집사 그로스 부인은 그들이 블라이 저택 근처를 떠돌며 아이의 영혼을 조정하고 있다는 가정 교사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가정 교사는 아이들 역시 유령을 본다고 확신한다. 유령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가정 교사의 책임감은 마일스와 플로라 모두와 대립하고 이들의 갈등 양상은 긴장감이 고조시키는데....
나는 모든 증거를 확보하기로 마음먹고 얼음처럼 차갑게 그를 다그쳤다.
"그 사람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지?"
"피터 퀸트. 이 악당!"
마일스가 이렇게 외치며 또다시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경련을 일으키는지 온몸이 부들거렸다.
"어디 있어요?"
마지막에 마일스의 멈춰버린 심장은 가정 교사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매료되었다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아 아이들과 심리전을 벌이며 쾌감을 느끼기도 했던 그녀의 정신은 과연 온전했는지 말이다. 아이들을 그토록 몰아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 드는 동시에 과연 유령은 존재했던 것일까 의심스럽다. 인간의 두려움이 빚어낸 환상은 아니었을지.
한적한 시골의 블라이 저택과 이를 관리하는 그로스 부인은 충분히 비밀스러워 유령 나오는 공포소설의 배경으로 안성맞춤이다. 이와 더불어 그로스 부인은 처음에는 모든 것을 알면서 모르는척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가정 교사의 이야기를 신뢰하는 입장이 바뀐다. 이 또한 가정교사의 회고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면서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짜 맞춰진 이야기일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사의 회전》은 소설의 시작처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전야에 읽어봐도 재밌을 고딕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