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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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스릴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이 신작 《나중에》는 순한 맛 장편 소설로 흡입력이 강한 페이지터너 소설이다.

 

유령을 보는 6살 소년 제이미 콘클린은 알츠하이머로 쓰러진 삼촌의 에이전시를 이어가는 엄마 티아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 2008년 리먼 사태와 베스트셀러 작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티아는 아들의 비밀병기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데...

 

귀신을 보는 소년과 스티븐 킹의 만남에서 심장 어택을 예상하면서 책장을 펼쳤는데, 「호텔 델루나」, 「오, 나의 귀신님」처럼 주인공이 죽은 이를 보는 드라마를 접하며 단련된 탓인지 죽은 모습의 귀신을 보는 소년 제이미의 이야기가 섬뜩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대신 한편의 성장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스릴러와 편부모 가정의 성장 스토리를 잘 버무린 이야기꾼의 노련미와 인간의 본성과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아들의 남다른 능력을 숨기며 살아가길 바랐던 엄마가 위기에 몰리자 앞장서서 제이미의 능력을 이용하는 장면은 모성애보다 강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을 볼 수 있다. 한편 죽은 자는 진실만 말하기에 제이미의 능력을 알게 된 티아의 옛 연인 리즈는 이따금 제이미를 이용하는데, 테러범이 자살하면서 마지막 폭탄을 숨겨둔 장소를 찾아내며 얼떨결에 테러를 막는 좋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끝내 제이미를 위험에 휘말리게 하는 악연으로 한번 잘못된 인연은 끝이 좋지 않음을 실감 나게 한다.

 

그동안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에서의 아쉬움이 있었다면 그의 신작 《나중에》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스릴러의 대가답게 스티븐 킹은 독자의 감정을 마음대로 흔들어 놓는다. 이를테면, 편부모 가정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애틋한 모자 관계를 바탕으로 연인과의 일탈로 망가지다가 정신 차리는 엄마의 모습에서 누구나 현재의 삶은 성장 중임을 느끼게 한다. 반면에 소설 속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범인이 폭탄을 설치한 이유 역시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고 대답해 피가 솟구치게 하는가 하면, 마지막에 밝혀진 제이미의 출생의 비밀에는 허를 찔린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중에》는 현재 TV 드라마로 제작 예정이라고 하니 영상으로도 얼른 만나보고 싶다.

 

항상 나중이라는 게 있다.

이제는 나도 안다.

적어도 우리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는 항상 나중이 있다. 마침내 죽고 나서야 모두 이전 일이 되는 것이다. p.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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