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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ㅣ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평점 :
온화한 미풍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한은형 작가의 바람처럼 소설 《서핑하는 정신》은 인생이라는 풍랑에서 아슬아슬하게 파도의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쉼을 주며 위로한다.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며 번아웃된 제이는 어느 날 큰이모로부터 양양 비치 앞 아파트를 상속받으면서 세를 줘서 수익창출을 해볼까 방문한 양양. 우연히 듣게 된 서핑 수업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해 삶을 위로받고, 서핑의 매력은 물론이고 파도에 먹히지 않는 법을 터득하는데...
서핑에 대해 아는 게 없어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소설 《서핑하는 정신》이 굉장히 트렌디했기 때문이 아닐까. 코로나 이전부터 양양은 서퍼들의 성지가 되어 도심에서 일하는 젊은 층들이 주말에는 양양 비치에서 보내는 도심 이탈 현상을 가속화하는 문화가 녹아 있는데,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되며 지난여름 양양 비치는 서퍼들로 인산인해였으니 말이다.
저자는 한 달 살기 심리학과 한국에서 서핑하기 심리학 공통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오죽하면 그러겠어?'라며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출구 없는 사회에서 숨통을 트기 위한 무언가를 부단히 찾는 젊은 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독자로 《서핑하는 정신》에 푹 빠져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아울러 서핑하는 정신을 이른바 '스스로를 위로하는 정신'이라고 해석한다. 이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몽테뉴에 대해 쓴 책 제목 '위로하는 정신'에서 유래했다고. 이 밖에도 툭하면 클리셰와 메타포가 쏟아지는 묘사 지옥에 치를 떠는가 하면, '도는 도시에서 닦는 것'이라는 등 매력 넘치는 문장은 예리하게 우리 삶을 파고든다.
부디 인생이란 파도타기에서 적절히 완급조절하며 타이밍을 맞추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