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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평점 :
2022 박경리 세계문학상 수상작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은 우리보다 훨씬 발달된 문명을 지닌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과 현대인이 만나면 어떻게 될지 실감 나게 그려낸다.
대서양의 작은 섬 안타키아에 거주하는 이는 단둘.
인간을 혐오해 인간에게서 도망친 베스트셀러 작가 에브와
인간을 더 잘 포용하고자 도망친 알렉이라는 만화가뿐이다.
어느 날, 모든 통신이 두절되며 소통하기 시작한다.
《초대 받지 않은 형제들》은 알렉이 초대받지 않은 형제를 만난 이후 30일간의 일기 형식의 소설이다. 그리스인의 후예라 주장하며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식을 지닌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전혀 노출되지 않았으며 흔적도 없었다. 그들이 갑작스레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지구의 위기 상황을 좌시할 수 없어서라고.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은 인류의 재앙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블랙아웃을 유도해 미국 대통령을 압박하며 자신들이 지구를 통제하기를 희망한다. 그들의 문명은 이미 '죽음'을 정복할 정도로 발달했으며, '치유의 터널'이라는 기기에 3분간 들어갔다 오면 병이 치유되는 기적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한편, 말기 암을 앓고 있는 미합중국 대통령도 치료를 받아 완치되면서 지구는 혼란에 빠진다. 결국 테러가 발생하고 그들은 자취를 감추는데...
세상이 더는 우리의 것이 아닌데 150년을 더 산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p.254
죽음이 피할 수 있는 것이 돼 버리면, 모든 게 달라집니다.
목숨을 건다는 것의 의미가 완전히 변해요.
그러니까 더는 일찍 죽고 좀 더 나중에 죽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죽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가 되는 거죠.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p.276
죽음의 위험 없이 삶은 비극의 영역을 상실하죠. 삶의 맛이 더는 똑같지 않게 돼요. 죽을 운명임을 아는 것이야말로 자유에 대한 갈망의 원천이며, 예술과 마찬가지로 철학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 연유로 저는 당신들의 공포와 찰나적인 기쁨과 덧없는 폭동에도 불구하고 당신들한테 특별한 애정을 느낍니다.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p.278
얼마 전에 과학 트렌드 도서에서 인간의 기대수명이 150세가 되고,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 개발이 머지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불로장생은 동서고금 인간 최대 욕망인지라 개발되면 특권층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우리의 기술로 이뤄낸 성과라 할지라도 각축전이 예상되는 바.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에서는 인류 분파의 선진 문명의 기술이 지구에 흡수될 때 야기될 수 있는 문제들을 짚어보며,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만일 우리가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광선으로 치유하는 기기가 상용화되어 더 이상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고,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무병장수의 삶을 이뤄내 죽음으로부터 초연해진다면 우리의 삶은 과연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