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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 아픈 역사인 일제강점기부터 한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대하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우리의 인생에 마주하는 '인연'에 대해 깊이 파헤치며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만일 다소 무모해 보이는 '대의를 위한 거사'가 없었다면 한국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일본에 합병된 채로 흡수되어버리지 않았을까? 《작은 땅의 야수들》은 기꺼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전념하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동시에 대의보다 눈앞의 쾌락을 추가하는 도덕적 해이함을 지적하면서 당장의 눈앞에 결과가 허무해 보일지라도 맞서 싸웠던 그들의 대의가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이 존재할 수 있다는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호랑이 사냥꾼 남경수가 어느 날 호랑이로부터 일본 장교의 목숨을 구하면서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을 찾으라 건네준 징표는 훗날 아들 정호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목숨을 빼앗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소설 초반부터 말미까지 이어지는 옥희가 기생 견습생 시절 우연히 마주한 정호와의 엇갈리는 운명은 인연이라는 굴레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 우리는 과연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인연이라는 게 참 이상하기도 하지.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p.94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p.250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p.512
《작은 땅의 야수들》은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익숙한 이민자 1.5세 저자가 외국에서 출판한 한국 근대사 소설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파친코를 이을 한국적 서사라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