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미앤일이의 일러스트로 따스한 온기가 더해진 《모락모락》은 한 인간이 태어나 100살을 맞이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머리카락을 통해 이야기한다.
베넷머리를 잘라 붓으로 만드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의 태어남을 세상 그 누구보다 축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따스한 시선으로 아이의 성장기를 흐믓하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머리카락이 묶일만큼 자란 아이는 어느새 사춘기를 겪으면서 앞머리도 자르고, 성인이 되어 염색도 하며 자유로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치도 나고, 숱도 빠지면서 머리 모양도 변한다. 마치 나이마다 머리카락은 우리의 정체성이 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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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너 자신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정말 미웠던 사람들도 이렇게 누군가가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 아이를 기르는 건 사랑을 주는 것만이 아닌 받는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구나.
어쩜 이렇게 예쁜 존재가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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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그대로인데 어떻게 사람만 사라질 수가 있는 거지"
《모락모락》은 머리카락 화자가 차분하고 담담하게 100세가 되는 과정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따스하게 풀어놓은 책으로 우리의 인생사를 간결하고도 따스하게 그려낸다.
해맑은 아이의 시선에서 어느새 35세에는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남편을 떠나보낸 86세 할머니의 심경에서는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하다가 100세 생일에 내일은 무슨 일이 생길지 기대하며 끝맺음된다.
문학동네의 블라인드북으로 만나 저자를 모른 채 읽어 조금 색다른 기분이었다. 완독 하루 뒤에 저자가 차홍 헤어 디자이너임을 알게 되었는데 그제서야 머리카락을 화자로 둘 수 있었던 연유를 알게 된다. 머리를 만지는 사람이니까 그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었지 않을까. 모락모락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그녀의 감성은 섬세한 손길로 헤어를 다루듯 읽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준다.
책장을 넘기다 문뜩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와 결이 비슷한 것 같아 떠오르기도 한다. 모락모락은 따스한듯 뭉클하기도한 몽글몽글한 감성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