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템페스트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예용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평점 :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은퇴 전 마지막으로 집필했다는 《템페스트》는 폭풍우란 뜻으로 대작가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집대성된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밀라노 영주였던 프로스페로는 마술에 심취해 동생 안토니오에게 통치를 맡겼으나 동생의 배신으로 어린 딸과 내쫓기고 만다. 프로스페로는 곤잘로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져 딸과 섬에 정착해 살아가던 어느날 복수를 계획한다. 공기의 요정 에어리얼에게 나폴리왕 알론조가 탄 배에 불을 질러 전복시켜 알론조와 안토니오 그리고 측근들을 한 그룹으로 섬의 한 쪽으로 표류시키고, 알론조 아들인 퍼디넌트는 따로 표류시켜 자신의 딸 미란다와 사랑에 빠지도록 기획하는데...
"공허한 가면극은 저물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우리는 꿈으로 만든 것 같은 존재다.
우리의 하찮은 인생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지. " p.104
"공기일 뿐인 너도 저들을 보면 마음이 아픈데
같은 인간이며 저들 못지않게 고통을 느낄 줄 아는 내가 어찌 너만큼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느냐?
저 자들이 저지른 큰 잘못으로 뼈아픈 상처를 받았지만 고귀한 이성으로 분노를 잠재우겠다.
용서가 복수보다 더 가치 있는 행동이니까.
저들이 뉘우친다면 나의 유일한 목적은
더 이상의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걸로 바뀔 거다."
p. 113
몇 해 전부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도장깨기를 하고 있다. 《템페스트》는 130 페이지의 얇은 작품이지만, 폭풍우라는 메타포를 통해 인생사를 그려낸다. 폭풍우가 휘몰아 치며 한 순간에 운명이 뒤바뀌는 인생사를 묘사하는 것이다. 죽음으로 내쫓기던 프로스페로가 위기를 모면한 것은 그를 사랑했던 이들과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는 사실을 짚어주고, 복수보다 용서가 더 가치있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욕망의 노예로 사는 인간의 최후는 어떠한지 인생사를 담아냈다.
평소 행실과 평판이 위기 때 진가를 발휘하는 장면이나 해피엔딩의 결말은 셰익스피어가 어떠한 생각을 지니고 살아왔는지 가늠해보게 한다. 어쩌면 주인공의 용서와 화해가 있었기에 해피엔딩이 가능했던 게 아닐까. 마치 인생의 해피엔딩을 바란다면, 내가 무엇을 용서하고 화해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시카고 플랜 시리즈 1권인 햄릿을 읽었을 때도 느꼈지만, 시카고 플랜 시리즈는 현대어판이라 고전 문학의 난해함이 없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다. 과거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주인공의 이름이나 단어들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졌다고 느꼈다면 주저없이 선택해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