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마을의 푸펠 (영화판 에디션)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유소명 옮김, 노경실 감수 / 소미아이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굴뚝 마을 푸펠의 작가 니시노 아키히로의 신작 동화 《약속의 시계탑》은 약속과 믿음 그리고 시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애잔한 러브 스토리로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어른 동화책 같다.

 

“걱정 마. 두 시곗바늘은 꼭 만날 테니까.”

“Don't worry. The two hands will surely meet."

 

11시 59분에 멈춰 있는 시계.

시계탑 안에 사는 틱톡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소 신경질적이지만, 시계의 톱니바퀴를 성실하게 관리하는 틱톡 씨.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장면은 과거로 거슬러가 틱톡 씨와 니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언제나 아슬아슬하게 때맞춰 오는 니나, 그리고 웃으며 제때에 맞춰 왔다고 화답하는 틱톡.

평범한 연인들의 이야기 같지만 왠지 애잔하게 느껴졌다.

 

"매시간마다 시계의 큰 바늘이 작은 바늘을 지나가죠.

하지만 11시와 12시 사이에는 그렇지 않아요.

……

두 시계 바늘이 만나는 시간은 12시인데,

그 두 시간은 두 바늘이 헤어지는 시간이기도 "

 

시계탑에게도 마음이 있는 것처럼

시곗바늘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 같다며

시계탑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눈 틱톡과 니나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니나는 불꽃 나무가 자라는 저주에 걸렸다고 고백하며

자신도 엄마처럼 나무에 집어 삼켜질 거라 걱정하자

틱톡은 자정에 시계탑에서 울리는 시계 소리를 들은 적 있는지 묻는다.

 

'밤에 시계 소리가 울리면

반딧불들이 모두 깨어나 빛을 내기 시작해

마치 별들로 빛나는 하늘에 있는 것 같다면서'

이들은 다음 달에 함께 듣기로 약속하는데...

 

"아니요, 니나는 제시간에 왔어요."

"No, you just made it."

 

어느 날 시계 바늘이 드디어 움직여 12시를 알리고,

시계탑 주변을 밝히는 반딧불 그리고 별똥별이 쏟아지는 장면으로 끝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국이 절묘하게 녹아든 《약속의 시계탑》은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라 여운이 남는다. 해피엔딩으로 해석하고 싶으면서도 시간을 초월한 사랑으로 결론 내리기에는 마음 한편 이 아려오기에.

 

영화로 접했던 '굴뚝 마을 푸펠'은 짙은 연기로 둘러싸인 마을이라 분위기가 어둡게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에 《약속의 시계탑》을 보니 어둠에서 희망을 찾는 스토리라인이 니시노 아키히로의 스타일이구나 싶다. 절망스러운 장면과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 사건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까지. 짧은 스토리지만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다.

 

책을 덮으며 니시노 아키히로의 《굴뚝 마을 푸펠》도 책으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도입 부분이 너무 다크 하기도 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느낌이 강하다 느꼈었는데, 책으로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영화화된 작품이라도 책으로 읽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장면이 영화로 어떻게 그려질지가 궁금해 영상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랄 뿐, 책으로 읽는 게 더 감정선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어른이 읽기 좋은 그림 동화책 《약속의 시계탑》은 그림 퀄리티도 나쁘지 않고, 영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기도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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