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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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좋은 삶,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정작 나의 삶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마리 루티는 《가치 있는 삶》에서 고통을 우리의 정체성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꼽으며 삶의 역경을 실존적인 기회로 바꾸어내는 니체의 연금술을 인용해 고통을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자원으로 바꾸는 것이 과거의 고통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가장 성공적인 삶은 고통의 의미를 잘 아는 삶이다."

 

《가치 있는 삶》에서 마리 루티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기질의 부름'에 자크 라캉의 철학을 기반으로 프리드리히 니체, 한나 아렌트,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철학자들의 생각을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견고히 한다.

 

우선 1부에서 욕망의 특수성으로 정체성을 형성하는 변화 과정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나아가 2부에서는 욕망의 특수성이 행복에 깊이 책임지게 한다며 행동의 청사진, 관계, 책임의 윤리학에 대해 짚어보며 좋은 삶의 열쇠가 되는 길을 찾아간다. 마지막으로 진부한 일상을 넘어 살 가치가 있다고 느끼기 위해 소명을 받아들이고, 무아지경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리 루티의 《가치 있는 삶》은 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해 자신을 쉼 없이 닦달하지만, 오히려 우리의 불완전한 모습은 매력과 가능성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라고 위로한다.

 

마리 루티는 과거가 현재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재에 당면한 문제와 과거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어떤 절대적인 삶의 의미가 붕괴된다고 해서 우리가 피폐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처받은 방식에 의해 우리가 누구인지 정해지는 것도 사실이기에 고통스러운 경험 덕분에 향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을 전환하는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가치 있고 유익하게 나아갈 수 있다.

 

획일화된 사회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편안해 보이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자신만의 고유하고도 다부진 내면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가치 있는 삶》은 사회적 페르소나의 속박하에 우리가 가진 통제되지 않은 에너지를 방출해 내야 할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며 출발해, 무아지경과 절제력의 불안정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어본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밑줄 그어가며 열심히 읽게 만드는 매력있는 책으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철학적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울긋불긋 세상이 물들어 가는 가을날 사색할 책을 찾고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저자가 말하고픈 가치 있는 삶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행복한 경험으로 채우기 위해 자신의 기질을 사회에 잘 녹여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실존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세상과 자신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평가하기 보다 그저 닥치는 대로 받아들이면서 경험하는 무아지경과 절제력이 적절히 어우러진 현재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모든 것에는 이면이 있듯 자신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더 가치있게 만들어 나가는 삶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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