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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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삭 추리소설로 사랑받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지 알려주는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면 《외사랑》을 추천한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사회적인 이슈를 사랑과 우정으로 버무려 독자를 풋풋한 20대로 회상 여행을 하는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니 말이다.

 

외사랑

한쪽만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

 

"많은 사람이 자신이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짝사랑을 계속하고 있다. "

 

짝사랑이라는 원제를 살린 《외사랑》은 30대 중반에 다시 마주하는 20대 청춘의 첫사랑 그리고 우정에 대해 아련하게 그려내며 사랑과 우정의 경계에서 숨 막히는 진실게임이 시작된다.

 

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 모임에서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팀 매니저 히우라의 고백으로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대학시절 명 쿼터백 데쓰루는 진실을 추적하다 사건의 이면에 젠더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건 도박이 있음을 발견한다. 한편, 여자의 몸이지만 남자의 마음으로 살아가며 정체성에 혼란스러웠던 히우라가 데쓰라의 아내이자 자신의 단짝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고백에 데쓰라는 할 말을 잃고 마는데...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삶이 있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뫼비우스 띠 위에 있다고.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고, 우리가 지닌 뫼비우스 띠도 하나가 아니라며. 미스터리 소설 《외사랑》은 우리 사회에서 정의하는 남과 여의 정체성 그리고 이 때문에 남자와 여자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상처받는 이들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 정체성'에 대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외사랑》은 1990년대 〈짝사랑〉이란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소설이자 국내에 《아내를 사랑하는 여자》로 출간되었던 작품이다. 책장을 덮을 즈음에는 외사랑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그 씁쓸함과 집착에 대하여. 또한 편견이 가득한 사회에 물든 나 역시 선입견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임을 반성한다. 나의 풋풋했던 20대 사랑과 우정을 회상하며.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착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누구나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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