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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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읽은 소설로 화제가 되어 십수 년 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모비딕의 첫 문장은 주인공이 성경 인물인 아브라함의 서자 이스마엘이라 불러달라고 하며 시작한다.

 

"나를 이슈마엘이라 불러다오."

하먼 멜빌은 바다는 붙잡을 수 없는 삶의 환영이고 모든 것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비록 선원이 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세상에서 노예가 아닌 자가 어디 있냐며 모두가 서로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참아야 한다며 포경선에 오르는 주인공. 세상의 바다를 둘러보는 것은 우울함을 떨쳐내고 몸 안에 정제된 피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라 여긴다.

 

『모비딕』은 상징 문학의 대표작답게 '흰 고래'를 비롯해 주인공들의 이름들 그리고 곳곳에 수사적 기법인 암시가 많다. 예언자 엘리야의 이름을 가진 일라이저의 불길한 예언과 피쿼드 호의 이름이 암시하듯 피쿼드 호는 침몰이 예고되어 있다. 아울러 모든 드라마는 고정불변의 것으로 정해져 있다며, 모비딕에 대한 복수로 세상을 분별하지 못하는 에이해브를 악에 비유하고, 모비딕에게 복수를 그만둘 것을 권면하는 일등항해사 스타벅을 선의 대리인에 비유한다.

 

나아가 자신을 외다리로 만든 흰고래 '모비딕'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괴로워하는 에이해브 선장의 심적 상태를 매일 독수리에게 심장을 파 먹히는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함으로써 에이해브의 비극적인 운명을 예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광은 헛되고 인생은 참으로 어리석기도 하지 p.203

"인생이라고 부르는 기이하고 뒤죽박죽인 현상 속에서

어떤 기묘한 순간이나 사건이 벌어진다.

그러면 우리는 우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농담이 아닐까?" p.298

 

방대한 분량에 선뜻 손이 안 가던 『모비딕』은 고전은 읽을 때마다 깊이가 더해짐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명작 소설로 바다라는 인생의 항해에서 나의 흰고래는 무엇일지 음미해 보는 시간이었다.

 

예전에 읽을 때는 다소 따분했던 '고 해학'부분이 우영우의 음성지원 덕분에 리드미컬하게 넘어갔다. 우영우 효과를 톡톡히 본듯하다.

 

우리가 아무리 자신의 영광을 위해 전진할지라도, 인생무상을 깨닫고 허무함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비록 하먼 멜빌이 말하고자 했던 바와 같을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은 신에 의해서만 만족할 수 있는 존재임을 곳곳에 녹여낸 것 같다.

 

심판은 신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이 아님을, 그리고 허무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약 『성경』 전도서를 통해 사람의 의미는 인간의 수고가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보여준다. 신에게 복종하기 어려운 이유를 자신을 내려놓지 못함이라 지적하며 사흘간 고래의 뱃속에 있었던 요나, 사탄의 속삭임으로 모든 것을 다 잃는 시험대에 오른 인내의 아이콘 욥기를 통해 회개하고 나아가기를 권한다.

 

성경과 그리스 신화 내용이 많이 녹아있어 성경과 그리스 신화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모비딕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배가될 것 같다. 10년 뒤에 다시 읽어 봐야지 다짐해 본다.

 

현대 지성의 모비딕은 판화들과 주석들 특히 역자의 해제가 돋보였다. 다만 글씨체가 작은 편집은 조금 아쉬웠지만 가독성이 좋아 『모비딕』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모든 인간 중에서 가장 진실한 사람은

'슬픔의 인간'이고,

가장 진실한 책은 솔로몬의 책이며,

그중에서도 「전도서」는

슬픔으로 단련된 강철과 같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모든 것. 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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