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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 서점 직원이 가장 팔고 싶다는 책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는 책을 만들고 독자와 연결시키는 이들의 일터, 서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응원하는 따뜻한 소설이다.
"나도 책에 구원받은 적이 있어."
서점 직원을 이야기와 독자를 이어주는 훌륭한 직업이라 여기는 서점 계약직 직원 다니하라 교코는 박봉의 월급에도 소설이 그녀에게 최고의 자기계발서이자 삶의 길잡이라 여기며 책을 사는데 아낌없어 사면의 벽 중에서 3면이 책으로 뒤덮인 방에 사는 책벌레다. 의지하던 선배의 퇴사로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직장인의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녀의 일상에 녹아든 주변 인물들 그리고 기저에 깔려있는 핑크빛 기류는 단조로웠던 그녀의 삶을 드라마틱 하게 바꿔놓는데...
"나는 세상의 모든 자기 계발서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아니, 단 한 권도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거기서 구원을 받는다면 아무리 수상쩍은 자기 계발서라도, 정체 모를 종교라 하더라도 원하는 만큼 기대면 된다. 나에게는 소설이 최고의 자기계발서고 삶의 길잡이일 것이다. " p. 146
서점의 도서 배치를 보면 어느 책을 밀고 있는지, 어느 책이 잘 팔리는지 보이기에 신간 매대는 둘러봐야 직성이 풀리는 책 러버들에게 서점은 놀이터와 다름없다. 시선을 사로잡는 커버를 보면 무심코 손이 뻗어지고, 호기심이 간다. 비록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면서 서점 직원의 추천으로 책을 산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는 서점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서점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저자가 소설의 매력을 다른 누군가의 삶을 '추체험' 할 수 있는 점이라 하듯,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를 읽다 보면, 어느새 다니하라 교코의 삶에 깊이 몰입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은 점장이 너무 바보 같아서를 시작으로 소설가가, 사장님이, 영업 직원이 너무 바보 같아서 이윽고 고객이 너무 바보 같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며 마무리된다. 자신의 평범한 일상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을 때 어떤 희열과 감동을 느끼게 될까.
서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만으로도 매력 있지만, 현실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우리네 이야기라는 점에서 재미는 더해진다. 급여는 오르지도 않는데 일은 많고, 상사의 바보짓에 화가 나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직장인의 애환 그래도 맘 터놓을 수 있는 동료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버틸 수 있다 위로하는 리얼 공감 스토리라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쉬웠다.
비록 지금은 눈물 젖은 하루하루를 보낼지라도, 언젠가 반짝반짝 빛날 날을 위해 매일매일 즐겁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교코를 응원한다. 삶의 도피처가 되는 책의 행복을 되뇌게 하는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의 보너스 트랙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결국 가방에 사직서를 넣고 다니는 시점에서 우리는 그만두지 못해. 세월이 흐를수록 책임은 점점 무거워지고 내 마음대로 안되는 일은 점점 더 늘어나. 윗사람은 점점 더 바보 같아 보이고 그 속에서 아등바등하는 내가 한심하기만 해. 하지만 그런 생황으로 몰리면 몰릴수록 책이 더 사랑스러워져. 그보다, 지금의 내게 도피처가 되는 구원 같은 이야기가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다니까 " p.190
"결코 반짝반짝하지 않지만 어떻게든 행복해지고 싶어서 하루하루를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p.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