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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여름휴가에 읽으면 좋을 힐링 소설 <하쿠다 사진관>은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로 마음을 어루만진다.
서울로 돌아가려다 바닷물에 폰이 빠져 우연히 방문하게 된 하쿠다 사진관. 유아교육과 전공에 어린이집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제비가 시간을 물어보러 들른 하쿠다 사진관에 아이와 사진촬영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던 석영을 도우면서 뜻밖에 일터가 된다. 제비의 하쿠다 사진관 이야기는 이렇게 우연에서 시작된다.
'하쿠다'
제주도 방언으로 '하겠습니다'라는 뜻.
아버지가 가정을 잃은 섬에서 튼튼한 가정을 만들어 뿌리내리겠다는 꿈을 안고 야심 차게 오픈한 <하쿠다 사진관>.그러나 좀처럼 손님이 없어 고생하던 차에 제비의 등장으로 인스타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힙한 사진관으로 소문나며 웨딩 스냅 촬영, 프리다이빙 체험, 라이더 등 여행객의 방문이 이어진다. 하쿠다 사진관은 사진 촬영하러 왔다가 삶을 나누는 장으로 이어지며 석영의 바람대로 사진 관람을 하면서 삶을 나누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시간이 제주의 따뜻한 정서와 어우러진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계속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p. 200
"자기 결핍을 메꾸려는 똑똑이들처럼 무서운 인간도 없어. 이걸 기억해. 네 구멍을 메꾸려고 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진해서도 안 돼. 내 말은, 무의미하게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p.266
저자가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 하쿠다 사진관의 배경인 '대왕 물꾸럭 마을'에서 제주 토박이가 아닌 석영과 제비의 제주 정착기는 다소 외로워 보이지만 무심한 듯 챙겨주는 따뜻한 정서가 그들의 삶을 감싸고 있다. 하쿠다 사진관을 방문한 손님들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아픔을 마주하며 치유하기도 하고, 감동과 행복이 이어진다. <하쿠다 사진관>은 제비를 통해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지만, 때때로 서로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연대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제비와 석영의 로맨스로 이어질지, 양희와 석영의 로맨스로 이어질지 기대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석영이 잃어버린 동생의 이름도 제비였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아직 다 못 풀어낸 이야기들이 많이 남은 듯 여운이 남는다.
책장을 펼치면서부터 얼마 전 정주행했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계속 오버랩되었다. 제주도 해녀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배경도 비슷한 데다 제주도 방언이 난무하는 드라마였던 터라 제주 방언이 귀에 익어 드라마 주인공들의 육성이 들리는 듯 덕분에 책장도 잘 넘어갔다.
제주도의 파란 바다에 반가운 소식의 대명사 제비로 주인공 이름을 설정한 것도 우연일까. <플라멩코 추는 남자>에서 저자의 필체에 반했었는데, 하쿠다 사진관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삶을 다루며 감동을 선사하기에 주변에 추천하기 좋은 책이다. 우연의 연속인 한번 뿐인 인생, 좋은 추억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