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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의 거짓말
엘리자베스 케이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평점 :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라는 말이 맴도는 책 <일곱 번의 거짓말> 은 단짝 친구와의 우정과 사랑의 집착에 대한 심리 스릴러 소설로, 뒤틀린 우정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마다 소설 속으로 빠져든다.
지금도 궁금한 건, 사실 늘 이 생각을 하는데, 내가 이 첫 번째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머지 거짓말을 했을까 한 것이다. 이 첫 번째 거짓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 거짓말이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조차 거짓말이다. 그 금요일 밤에 내가 솔직했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니, 달라졌을 것이다.
<일곱 번째 거짓말>은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빛과 같은 마니와 주눅 들어 있는 어둠 같은 제인 블랙의 우정에서 시작한다. 제인은 마니의 남자친구 찰스와 천생 연분인 것 같다는 첫 번째 거짓말을 시작으로 너무 그럴듯해서 스스로 믿고 싶어지는 거짓말에 이르며 일곱 번의 거짓말을 하게 되는 장면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내가 솔직했더라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우리 사랑을 희생했더라면, 찰스는 분명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p.19
첫 번째 거짓말 파트에서 마니와 제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제인은 남편 조너선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찰스와 마니에게 불청객으로 전락한 자신을 발견한다. 첫 번째 사랑을 잃고 두 번째 사랑마저 잃어버릴 수 없던 제인은 찰스에게 분노하며 슬픔을 압도하는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다. 갑작스러운 찰스의 죽음이 이어지고,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두 레즈비언 살인마'라는 기사로 제인은 빌런이 되었다. 돌이킬 수 없어진 거짓말들로부터 마니와 제인의 우정은 과연 안녕할 수 있을까?
여성들이 단짝 친구와 남편을 동시에 가지는 세상도 있을까?
아니면 항상 한쪽을 희생해야만 할까?
사랑하는 이가 생겨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 이제 더는 내 친구가 아닌 한 남자의 여인, 타인이 되어버린다. 저자는 여성의 우정과 친구에 대한 감정을 단짝에서 질투와 집착의 단계에 이르다 종국에는 어그러진 우정이 낳은 참혹함까지 흡입력이 강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드라마틱 하게 묘사한다. '레즈비언 살인마'라는 기사로 제인을 압박해오던 밸러리 역시 마니와 제인의 우정을 믿을 수 없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고 하니 여자들의 단짝이 유지하기란 동서양을 불문하고 어려운 난제인가 보다.
<일곱 번의 거짓말>은 잔인하지 않다. 그러나 어그러진 우정의 단면을 거침없이 보여주기에 단짝 친구를 한 명쯤 가졌던 이들이라면 공감하는 동시에 서늘해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저자가 폭로하는 우정은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뼈아픈 진실은 조금 아프다. 잠 안오는 여름 밤에 심장을 쫄깃하게 할 심리 스릴러를 읽고 싶다면 마니와 제인의 일곱번의 거짓말 이야기를 펼쳐보시기를. 단, 너무 늦은 시간에 시작하지는 마시기를 바란다.
우정은 진짜 사랑, 연애 감정의 사랑이랑은 별개야.
무조건 후자가 이기니까.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