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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라 ㅣ 세계문학의 천재들 5
에바 킬피 지음, 성귀수 옮김 / 들녘 / 2016년 8월
평점 :
세계 문학의 천재 에바 킬비의 국내 초역서인 <타마라>는 출간 당시 핀란드 최초의 에로티시즘 소설로 논란이 되었으나 추운 나라 북유럽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독특한 사랑 이야기다.
소설 <타마라>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대학교수 남성 '나'와 사랑의 안정된 균형에 도달하고 싶어 하지만 무언가의 결함이 있는 여러 남성과 교제하는 심리치료사 타마라의 플라토닉과 에로티시즘의 경계에서 오가는 담론으로 진행된다.
"사랑은 휴식이야. 우리에게 허용된 아주 드문 휴식시간 중 일부라고나 할까. 사람 진을 빠지게 만들 정도의 휴식이지. 그 자체가 자유지만, 또 그만큼 우리를 붙들어 매는 것도 따로 없을 거야. 그게 바로 사랑의 모순 아니겠어. 사랑 없이는 아무리 공기처럼 자유롭다 해도 소용이 없지. 실제로는 다들 감옥보다 더한 고독 속에 갇혀 사는 꼴이니까. 당신이 떠나고 나면 무척 피곤하긴 하지만, 나는 항상 당신 곁에서 쉬고 있는 셈이야. '나의 휴식이 되어달라'는 것 자체가 지극히 윤리적인 지상과제인 거지." p.223
그녀의 생각을 지배하는 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었으나, 타마라가 자신에게 파고든 것이 실연의 쓴맛을 떨쳐내기 위한 임시 상설 창구에 불과했음에 상처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에 결핍된 것이 세상 만물로부터 독립되어 우리 내부에 추상적으로, 무한정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나'. 이것이 바로 타마라와 자신이 수년간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회상한다.
사랑을 찾아 밤에 외출하는 여자와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남자, 그리고 여성작가가 남성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사랑 이야기. 모든 설정이 평소 접하던 설정과는 다소 낯선 구도다. 타마라가 전해주는 다른 남성과의 이야기를 자신들에게서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대리 만족하면서도, 타마라가 자신에게 정착해 소유하고 싶어 하는 남성, 타마라는 '나'에게서 경제적인 안정을 이뤘으나 사랑의 영속성을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타마라가 외출하면 미완의 존재가 된 것처럼 홀로 남겨진다는 '나'의 고백처럼, 타마라는 남자라는 존재는 여자들의 영원한 아이들이라고, 아울러 남자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와 여자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에 대해 논하며 남녀의 사랑에서 여성이 주체가 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타마라>는 인간이란 사랑 안에서 자기 자신의 가장 훌륭한 모습을 실현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을 소유할 수 없는 사랑의 모순을 그려낸다. 서로 갈망하는 바가 다른 연인에게 과연 완전한 사랑이, 영속성이란 게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 아닐런지. 우리는 사랑을 온전히 가질 수 없기에 사랑에 대한 환상을 품고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에로티시즘적인 요소를 뛰어넘어 사랑에 대한 사색이 깃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