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내 마음 같지 않은 세상에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어쩌면 불안함은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권력이나 부, 명예를 비롯해 가급적이면 많은 것을 소유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서가 명강 24번째 도서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에서는 우리는 고독하고 무력하게 낯선 세계에 던져져 있다며 프롬의 철학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에리히 프롬의 '인간은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성향이 있다'라는 주장은 익숙하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딱히 없었다. 프롬은 자유란 인간이 자신의 실존적 욕망들을 건강하게 이성적인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사랑과 연대 그리고 지혜와 같은 미덕을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로운 인간이란 비판적인 이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타인을 사랑하는 도덕적인 인간을 말한다.
역사적인 배경으로 살펴보면, 근대인들은 중세의 신분과 구속에서 해방의 자유를 얻은 대신에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자유를 부담스러운 짐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자유 대신 새로운 비이성적인 권위에 자신을 내맡기고 싶어 한다. 프롬은 이러한 심리적 경향을 '자유로부터의 도피'라 일컫는다.
인간은 언제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우리 시대는 사회적인 성공과 부를 이루면 행복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으로 여기지만 프롬은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얻는 만족감을 행복이라 해석한다. 행복은 어떤 사람이 성취한 인격의 성숙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이성적인 잠재 능력을 제대로 구현할 경우에만 진정으로 행복하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지 고뇌하는 존재인 인간을 불안과 절망에서 구원하는 것은 사랑이라며, 사랑이야말로 가장 성스러운 것이라 강조한다. 인간은 이러한 사랑을 구현할 때만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보람 있는 것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인간 실존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사랑이라고 말하는데, 왜 프롬을 사랑의 예언자라고 불렀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진정으로 자유로운 존재가 되고,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사랑과 책임감 그리고 관심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인간은 이성, 사랑, 책임감과 관심 같은 덕을 발전시킬 경우에만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소유에 집착하는 폐쇄적인 자아를 초월하여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주문한다. 자신과 타인을 속이지 말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양하다 보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서가 명강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은 칼뱅과 루터의 신교와 가톨릭과 기독교에 대한 비교를 비롯해 공감 능력이 결여된 현대인들의 성향도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비슷한 양상인지 등등 깊이 있게 고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숙제는 나르시시즘을 극복하는 것임을 기억하며 나를 바로 사랑하고 타인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