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하세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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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희극을 즐겨읽지는 않지만,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 > 도 읽어보게 되었다.

 

"온 세상이 하나의 무대고,

모든 남녀가 한낱 배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제각기 등장했다가 퇴장하지요.

사람은 사는 동안 다양한 역할을 맡는데,

그 연극은 7막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뜻대로 하세요 > p.105

 

동생에게 나라를 빼앗긴 전임 공작은 형에게 미움받아 도망치던 올란도를 보면서 세상이라는 넒은 무대는 우리가 연기하는 장면보다 더 비참한 광경을 보여준다며 자신만 불운한 게 아니라 자조하기도 한다. 이에 전임 공작을 따르는 귀족인 제이 퀴즈는 모든 남녀는 세상이라는 7막 구성 연극 무대의 배우에 불과하다며 1막 갓난아기 역할을 시작으로 투덜대는 학생, 연인, 군인, 재판관을 거쳐 몸이 야위고 기력이 달리는 노인 역할에 이르렀다가 7 막은 두 번째 유년기로 파란만장하고 기묘한 일생을 마무리하며 망각의 늪에 묻히게 되어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자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성공에 목말라 명예를 더럽힐까 전전긍긍하면서 덧없는 명성을 쌓기 위해 시간을 흘려보낸다. 어느덧 노인이 되었을 땐 비록 돈은 쥐고 있지만, 가냘파 약해진 육신은 힘이 없고 어린아이와 같아진다는 시간의 흐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람의 결함은 다 거기서 거기며, 세상의 모든 것에서 얻을 것이 있다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유머러스하게 풀어 나간다.

 

<뜻대로 하세요>는 전임 공작의 딸 로잘린드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만 큰 형에게만 미움을 받는 비운의 남성 올란도와 사랑에 빠지면서 흥미진진해진다. 올란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남장도 마다하지 않은 로잘린드의 대담함이 있었기에 역경에서 서로의 사랑을 발견하고 단단해져간다. 조금은 급전개이긴 하지만 주변의 러브라인도 함께 결실을 맺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오랜 벗을 만나고 와서 읽어서인지 러브라인 외에도 고귀한 우정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우정은 거짓이라고 하지만, 역경 중에도 고난을 함께하며 사랑해 주는 고마운 이가 있기 마련이다. 로잘린드가 추방당할 때 아버지보다 사촌 언니를 선택한 실리아, 올란도가 형으로부터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자신의 비상금을 털어 함께 도망치는 하인, 동생에게 추방당한 공작을 따르며 곁을 지키는 귀족들. 이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서로를 위하고 연대하며 살아갈 때 제자리를 찾는다는 이야기로 귀결되는 듯하다. 내 곁에 소중한 이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진다.

 

<뜻대로 하세요>는 유머가 넘치는 희극이라 한 편의 영상처럼 보이기에 평소 고전을 읽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각자의 결함은 그것 하나만 놓고 보면

커다란 허물 같지만,

다른 것들과 같이 놓고 보면

다 그게 그겁니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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