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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 - 뗀석기에서 인공지능까지, 인간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왔는가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5월
평점 :
인간이 동물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사유하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인 유인원에서 상상력을 형상화한 결과 발전을 거듭하였고 인류 문명은 지구상 첫 번째로 발생한 문명이자 유일한 문명이다.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는 인류 문명의 마중물인 석기시대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는 시간 여행을 통해 창조적 사고의 역사를 따라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돌아본다.
"나는 찾지 않는다. 나는 발견한다."
-파블로 피카소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의 창조적 사고의 근원은 도서관에서 축적된 지식 덕분이었다. 동료 학자들과 저서들은 아르키메데스에게 생각의 방법을 가르쳐 주었고, 아르키메데스는 가능성의 지평을, 즉 창조성이 발현되는 정신적 배경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아르키메데스는 다년간 수학 훈련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추상적 사고에 능했기에 탁월한 정신적 연장을 활용해 창조성을 발현하고 지식을 연결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창조적 과정은 대개 준비- 부화- 조망- 검증 4단계로 구성된다고 한다.
1단계는 준비 단계로 논리적 과정을 거쳐 해결책을 찾기를 희망하며 주제에 열심히 몰두한다.
2단계는 문제를 품고 부화하는 단계로 준비 과정에서 기억된 내용이 무의식 속에서 계속 작동한다.
3단계는 조망 단계로 2단계에서 거의 의식되지 않았던 정신적 과정의 결과가 눈앞에 드러난다.
4단계는 검증 단계로 아이디어가 설득력 있고 쓸 만한 것인지 확인한다.
책을 대량으로 공급하며 물리적 거리라는 한계를 뛰어넘게 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창조적 사고의 범위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넘치는 정보에 노출되며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인간의 지식은 결코 완전할 수 없으므로 인간은 결코 진리에 이를 수는 없지만, 자신의 무지를 시인하면 점점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인간의 이성이 감당할 정도로 인식의 과정을 작게 쪼개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미지의 영역을 다 시험해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가설을 선택해 나아갈 길을 정하고 연구하며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는 것이다.
창조적 사고는 가설에서 출발하지만 목적지는 불명확하다. 창조적 사고는 그 점에서 논리적 사고와 다르다. 논리적 사고는 정확히 하나의 올바른 결과에 도달한다. 제대로 된 계산 문제의 답은 정해져 있으며, 정답 외의 모든 답은 틀리다. 하지만 창조적 사고는 그렇지 않다. 지각과 마찬가지로 창조적 사고는 정답은 아니지만 쓸 만한 답변들을 제공한다. 통하는 모든 것이 유용하다. p.190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에서 슈테판 클라인은 탐구적 창조의 선구자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꼽으며 바흐는 선배들이 고안한 기법에 단 하나의 새로운 기법도 더하지 않았다고 소개한다. 다만, 바흐는 그간 축적된 대위법, 반음계, 바로크 시대의 음악 기법들을 십분 활용해 새로운 것을 고안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능성을 탐구한 사람이 가장 감동적인 음악을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게 된다.
창조적 사고는 아예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영역을 발견하는 탐구적 창조를 통해 이미 있던 것일지라도 현재 사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식을 축적하고 활용 가능한 능력을 키우는 것과 더불어 지식의 연결성 그리고 무엇이든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