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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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한 번쯤 애프터눈 티에 열광하는 시기가 있다.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는 애프터눈 티의 신세계를 맛보게 하는 동시에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해 주는 힐링 소설이다.

 

인생은 고생스러운 법이란다.

그러기에 더더욱 단 것이 필요하지. p.212

 

도심 속에 숲 조경이 잘 된 오잔 호텔은 휴식이 필요한 이들이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러 라운지를 찾기도 한다. 애프터눈 티를 사랑해 마지않는 스즈네가 애프터눈 티 팀으로 부서 이동하면서 손님도 직원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은 이들과 더불어 크리스마스를 요란하게 보내고 싶지 않은 이들의 마음도 반영하면서 오잔호텔의 크리스마스 애프터눈티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셰프의 페어웰 애프터눈티를 직원 가족들과 단골손님을 초대하는 장면도 보기 좋았다.

 

<오후 3시, 오잔 호텔로 오세요>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귀여운 사치를 만끽하는 시간인 애프터눈티 타임에 대해 소개하며 읽으면서 힐링 되는 따스한 소설이다.

 

영국인의 하루 5번의 티타임 중에서 가장 귀족적이고 우아한 시간이라는 애프터눈 티는 사실 빅토리아 시대의 한 귀부인의 배고픔에서 시작된 비밀스러운 침실 티타임이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애프터눈티에 대한 상식도 추가해 준다.

 

당시 영국 귀족은 하루에 두 번 식사했다. 하루 종일 코르셋을 입던 귀부인들은 아침 식사 후에는 저녁 8시에 시작되는 저녁 만찬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고픔을 참아야만 했다. 안나 마리아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남몰래 홍차와 달콤한 과자를 침실에 가져가 티타임을 만끽했다. 이윽고 행복함을 함께하고자 아주 가까운 친구를 초대해 은밀한 다과회를 열었으나, 순식간에 여성 귀족들에게 퍼져나가 아름다운 식탁보를 깔고 티포트와 찻잔, 은제 커트러리를 사용하면서 점점 화려하고 호화로워졌다. 침실에서 시작된 은밀한 다과회는 살롱으로 옮겨졌으며 영국의 전통 사교의 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애프터눈 티 매너

3단 트레이의 맨 아래 트레이에는 샌드위치, 두 번째 트레이에는 스콘이나 구운 과자, 제일 상단에는 마카롱이나 초콜릿 등 달콤한 디저트가 놓이며 먹는 순서는 가장 아랫단 접시부터, 반드시 자기 앞접시에 일단 옮긴 뒤에 먹는다.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과자는 상이란다.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막 먹으면 아깝지.' 상은 받는 사람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끄덕여진다. 애프터눈티는 가격이 꽤 나가서 여성들의 허영과 사치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고단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자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경험해 볼 법도 하다. 단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맛보는 시간과 여유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이다. 달달한 것이 필요할 때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와 함께 미니 애프터눈 티타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스콘 구워서 애프터눈 티타임 홈 카페를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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