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이묵돌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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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부터 쳇 베이커 그리고 이창호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위대함에서 솟아난 예술과 영감의 23가지 단상을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에 담아냈다.

 

몇몇 사람이 태어나기에, 지구는

너무 파랗고 차가운 행성일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걸 실컷 쓰고 싶어 하는 일에 충실한 작가의 거침없는 에피소드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투 머치 라이팅 한 이유는 원고료 때문이었으며, 그를 문학계의 패리스 힐튼이라 칭하고,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의 인생은 크게 낭만적이지도 세련되지도 않았다고 읊조리기도 한다. 또한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작가는 미혼의 제인 오스틴이며, <위대한 개츠비>를 깊게 탐독하기 위해서는 서구 문명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미국으로 간 유럽계 이민자들의 유럽에 대한 향수와 동경 그리고 모순을 시작으로 기독교 신앙의 분리와 아일랜드로 거슬러 올라가면 켈트 계의 인종적 문제와도 연관되기에 배경지식을 쌓을수록 문학적 깊이를 실감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서쪽이 동쪽을 부러워한다.'라는 문장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며 여운이 남는 문장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인문학은 철저한 계급사회의 산물이라며 사람들은 글과 행동을 보고 대문호라 판단하는 게 아니라, 대문호라는 이의 글과 행동을 특별하게 여긴다라는 문장에서 뜨끔하고 말았다. 쏟아지는 신간의 홍수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신인 작가의 작품보다 대작가를 선택하고, 믿고 보는 대작가의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나의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일 거라 넘기는 나의 독서 습관을 반추해 본다.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에 소개되는 23인의 천재들은 작가, 화가, 뮤지션, 영화감독에 바둑 기사까지 무언가의 연관성이 있다라기 보다 하루키를 경쟁상대로 여긴다는 저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초이스인 것 같다.

 

천재들은 왜 파란색으로 기억될지 호기심을 자아냈으나 저자는 속 시원하게 풀어내지 않아 아쉬웠다. 최고의 상징인 파란 리본에서 유래한 걸까? 우울함에서 가져온 것일까?라는 나의 추측은 아마도 후자가 아닐지 유추해 본다. 위대한 천재들의 이면을 보고 있노라면, 평범한 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고독한 인생이었음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함을 엇비슷한 눈높이로 마주하는 법이라 이야기했나 보다.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의 원제는 <영원>이었다고 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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