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공모전 독자심사 1위를 거머쥔 <책들의 부엌>은 <달러 구트 백화점>을 이을 2022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힐링 소설이다.
마음이 쉬어가는 곳,
여기는 소양리 북스 키친입니다.
메이브 빈치의 <그 겨울의 일주일>에서 영감을 받아 오픈한 '소양리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다.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p.227
소양리 북스 키친이 가오픈 한 매화가 피는 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의 이야기로 채워진 <책들의 부엌>은 아일랜드의 여행을 꿈꾸게 한 따뜻한 소설 <그 겨울의 일주일>에 책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책덕후들에게는 힐링 그 자체로 다가올 것 같다. 책덕후가 아니라 할지라도 일상에 지쳐 휴식이 필요한 누구나라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쉼을 선사한다.
할머니의 흔적을 찾아 찾아온 가수, 성공 가도를 걷다가 암 선고를 받고 인생에 급제동이 걸린 변호사, 어머니를 잃은 아픔이 치유되지 않은 재벌 2세, 사랑하는 이에게 진심을 전하고픈 남자와 여자 그리고 책들의 부엌 스텝들의 삶이 어우러진 이야기로 우리네 인생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일상적인 고민들이라 공감도 되고 마음이 채워진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나를 감추고 완벽하게 살아가는 제2의 삶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우울하거나 화가 나면 정신없이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을 집어 들었어요. 탐정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이야기 같은 거로요. 소설 속 세계에서 빠진 순간만큼은 진통제를 삼킨 것처럼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어요." p.201
"자신이 엄청난 사랑을 받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런 사랑을 받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했다.
깊은 겨울의 시간을 걸어갈 때 언 발을 녹일 수 있는 따스함이,
누군가의 비난을 견뎌낼 수 있는 용기가,
이어지는 실패와 거절의 하루를 꾹 참고 지나 보낼 수 있는 인내가
평생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흔적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사랑은 완전하니까." p.256
1등이라는 타이틀이 성공한 삶이라고 강조하는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지만, 삶은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 자신에게 최적인 길을 설정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책들의 부엌>은 책장을 덮으면서 미소 짓게 되는 책이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위로는 충분하다. 계절의 변화처럼 등장인물들의 색채가 더해져 맛깔스러워지는 건 덤이다. 스테이시 켄트와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재즈를 BGM으로 틀어놓고 평화롭게 읽다 보니 어느새 자연과 조화로운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손님에게 맞춤 큐레이션 해주는 책들도 좋고, 도란도란 마음속 이야기를 해주며 위로받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몽글몽글해진다. 더욱이 삶에 지쳐있을 때 읽고 주변에 많이 추천했던 소설 <그 겨울의 일주일>이 녹아 있어서 이번 책도 추천 꽤나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