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죽어야 마땅한 사람들>로 전세계를 사로잡았던 작가 피터 스완슨이 반전 스릴러 소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으로 돌아왔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눈보라가 시작된 어느 날, 추리 소설 전문서점 올드 데블스를 운영하는 맬컴 커쇼에게 전 FBI 특수 요원 그웬 멀비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2004년에 당신이 이 서점의 블로그에 썼던 리스트, 기억하세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였죠."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범죄 소설 전문가가 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애거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등 여덟 권의 책을 언급하며 완벽한 살인을 저지르는 법에 대해 작성한 리스트다.

멀비 요원은 몇 건의 살인 사건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리스트에 언급된 소설의 사건과 유사함을 캐치하고 범죄를 모방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자 커쇼를 찾아왔으며 범인은 완벽한 살인 사건 리스트를 포스팅한 주인공을 알고 있다. 범인의 실체에 접근할수록 커쇼가 숨겨왔던 비밀이 점차 드러나는데...

"자넨 내게 살인을 소개했고, 또 독서를 소개했어. 그리고 내 삶은 나아졌지."p.282

범죄스릴러물을 좋아하지만, 종종 모방 범죄가 일어날까 걱정되고는 했다. 간혹 현실과 허구를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에도 추리소설을 오마주하듯 추리 소설에서 보여준 완벽한 살인 사건 리스트를 모방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 왔지만, 리스트에서 제시한 소설은 아직 읽은 책이 없었다. 역시 독서는 끝이 없다. 책이 또 다른 책으로 안내하듯 소설 속에 등장하는 추리소설의 고전 격인 리스트의 도서를 읽어보는 것도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페이퍼백 추리소설의 느낌을 살린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완벽한 범죄를 꿈꾸며 리스트를 실행에 나선 돌 I는 대체 누구인가 고민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끝장에 도달했다. 범인의 정체는 설마 했지만 처음 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탄탄한 전개 못지않은 섬세한 심리 묘사는 재미를 더했다. 저자 피터 스완슨은 잠시 독자를 혼란 속에 빠뜨리다 반전의 결말로 이끄는데 그가 숨겨둔 장치를 잘 찾아낸다면 설계자와 카피캣(모방범) 그리고 복수를 적절하게 녹여낸 촘촘한 플롯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