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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평점 :
크리스마스 소설의 왕이라 극찬을 받는 저자 리처드 폴 에번스의 소설 <노엘의 다이어리>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인생이 바뀌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낸 감동적인 스토리로 크리스마스에 영화로 만나고 싶어진다.
<노엘의 다이어리>는 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자신의 얘기를 글로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이콥과 생모를 찾으려는 레이첼의 운명 같은 만남 그리고 근본적인 아픔을 치유하며 로맨스 공식의 수순을 밟은 러브스토리이자 우리 삶에서 겪는 수많은 사랑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다.
제이콥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집에 갔다가 우연히 레이첼과 마주친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만날 결심을 하는 제이콥 그리고 레이첼의 생모를 찾는 키를 아버지가 가지고 있다는 설정은 운명의 장난처럼 제이콥과 레이첼이 단단한 끈으로 묶여있는 것만 같다.
레이첼의 생모로 추정되는 노엘의 다이어리를 발견하면서 과거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편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감정의 선을 정해둔 제이콥이지만 레이첼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약혼자에게 확신이 없던 레이첼은 감정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죄책감에 갈등하는데...
"어머니는 '내가 수년 전에 저질렀던 것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라.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인생의 이야기를 쓰도록 내버려 뒀어.'라고 말했어요. 당신이 저를 다시 사랑해 줄 수 있을지 알고 싶었어요. 예전처럼,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바꿀 수 있어요."
"어떻게요?"
"로맨스로요."
"로맨스?"
"네, 당신이 얘기했던 것처럼요. 남자는 여자를 만나고 남자는 여자를 잃어요."
그녀가 머뭇거리다 덧붙였다.
"남자는 여자를 되찾아요."
"약간 정형화된 공식 같은데요?"
"난 상관없어요."
"결말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나요?"
"네, 반드시 행복한 결말이어야 하죠. 여자가 진실한 사랑을 찾게 되면 언제나 결말은 행복해요."
p. 288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수도 없이 생각해 본 질문이 있다. "왜 우리는 항상 어려운 길을 택하는 걸까?" 남들은 참 쉬운 길을 잘도 선택하는데, 굳이 굽이굽이 돌아가는 거 같기도 하다. <노엘의 다이어리>에서 저자는 속을 꿰뚫어보듯 날카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스스로 행복할 가치가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에요. 혹은 사랑을 믿지 않거나."
달달한 러브스토리 같으면서도 아들을 잃고 산산이 부서진 가족, 체면 때문에 딸의 임신을 끝까지 숨기기 위해 딸의 상처는 신경도 쓰지 않는 부모, 딸을 입양 보낸 비밀을 품고 살아가야 했던 여인의 말 못 할 아픔 등 저마다 상처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슴에 아픔을 품은 사람이라면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사랑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사랑에 망설인다는 것을 저자는 너무나도 따뜻하게 담아냈다.
<노엘의 다이어리>는 책장을 넘길수록 상처받은 영혼을 보듬어주는 것 같은 따뜻했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며 나의 인생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내 삶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단 나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데 시간을 좀 더 할애하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