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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2,000권의 책을 읽으면 머리가 트인다는 말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삶이 녹아있는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는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이 녹아 있었다.
어린 나이에 입양된 저자는 집안 일과 폭력에 시달린 아동 학대 피해자였다. 양어머니의 불같은 성격과 방관자 같았던 양아버지와의 유년 시절은 입양되지 않았던 게 오히려 상처를 덜 받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저자가 사회인이 되자 월급마저 탈취하려던 그릇된 인격의 양어머니가 전도왕으로 칭송받는 신앙 좋은 권사님이라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면서도 크리스천으로서 화가 나기도 하고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니체는 "인간은 외로울 때 자기 자신을 둘로 나눈다"라고 말했다.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로 살아가는 삶과 주도적으로 내 인생을 이끌어 가는 삶, 이 두 가지를 분리하며 사는 것은 너무 괴롭고 힘에 부쳤다. 속으로는 이를 악물어 피멍이 들면서도 겉으로는 삶을 무심히 잘 살아 내야 했다. 피해자와 치료자라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양어머니가 모르는 나만의 산소 호흡기가 필요했다.
나의 산소 호흡기는 책이었다. 내가 나를 둘로 쪼개서 철저한 이중생활을 하면서도, 말 그대로 미칠 것 같은 생활 속에서도 미치지 않은 것은 책 때문이었다. 책은 나에게 무중력 상태였다. 그곳에서 나는 안전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를 치유해 나갔다. p.43
책 중독자처럼 매일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찾아 헤매었던 그녀는 다행히도 자신의 모든 것을 품어준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그녀가 지금 웃으며 살 수 있는 건, 절망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내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동학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사회 복지사이자 아동 인권 강사가 된 저자는 이미 많은 눈물을 흘렸으니 앞으로는 웃는 나날로 채워나가기를, 60세까지 1만 권의 책을 읽고 싶다는 저자의 독서 인생을 응원한다. 저마다의 아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독서로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며 이겨내면 좋겠다.
"나는 인생이 눈물의 넓고 풍부한 의미와 절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