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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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 선생님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는 그의 생전에 마지막 서원을 기록한 책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도저히 걷는 것으로 해결 안 될 때 그때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하나의 소원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날개를 달라는 기도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해마다 그렇게 기도를 드렸다. 그게 바로 이 시를 낳게 한 동기요. 기도였던 겁니다.

 

우리말에는 발음은 같은데 뜻이 정반대인 아이로니컬한 말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슬픔의 비상悲傷과 하늘을 나는 비상 飛上의 소리가 같다는 것이다. 비상의 절망 앞에 하늘을 날아오르는 희망이 있다. 하지만 그 꿈은 같아도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날개의 소망도 각기 다를 것이다. p.27

 

저자는 날개의 소원에 대한 기도는 그칠 줄 몰랐다며 뒤처지는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마련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천년학의 날개를 주소서. 핵가족으로 흩어지고 이혼하는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원앙새의 사랑의 깃털을 내려달라고 기원했다고 한다.

 

영원한 영면에 들어간 이어령 선생의 염원이 담긴 시 '날개 하소서'와 13편의 이야기는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문학박사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누구나 마음속에 지닌 생각의 보석을 지니고 있다면서 사고의 틀 속에 갇혀있지 말고 생각의 보석을 캐내기를 권한다.

 

이전에 그의 작업실을 본 적이 있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여러 대의 IT 기기를 활용하며 집필하는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기록하는 트렌드세터이자 언어 수집광이었다. 그러나 배우고 기록을 중시하는 그는 지식도 영양분처럼 넘쳐날 때가 더 위험한 법이라 경고한다. 고여 있는 지식도 퍼내야 새로운 생각이 새 살처럼 돋는다며 우리를 괴롭히던 고정관념들, 집념이나 원한도 모두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뒤집어 생각하는 사고의 틀 깨기가 중요함을 여러 면에 걸쳐 강조한다.

 

뽀빠이와 낙타의 신화, 낙타는 성경 속에서 운다, 세 마리 쥐의 변신, 달마의 신발 등 가벼운 에피소드를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에피소드들은 정체성과 창조적 사고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사고의 틀을 깨고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는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시작된다고 담담하게 전하는 저자의 글을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에 소개된 그의 마지막 서원시의 부분을 읊조려 본다.

 

기러기들처럼 날고 싶습니다.

온 국민이 그렇게 날았으면 싶습니다.

소리 내어 서로 격려하고

대열을 이끌어가는 저 신비하고 오묘한 기러기처럼

날고 싶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소리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서로의 자리를 바꿔가는 저 신비하고 오묘한 기러기처럼 날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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