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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평점 :
그랜드슬램 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소설 <용서받지 못한 밤>은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미스터리 소설이다.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은 작은 것에도 놀란다. 아내의 죽음에 딸 유미가 연관되어 있음을 숨기고 싶었던 아빠 유키히토는 누군가의 협박 전화에 몸서리치며 사건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다 뜻밖에 30년 전의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독일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1월,
이른 아침부터 보석산에 큰 벼락이 떨어졌다.
겨우 몇 시간 뒤 나와 누나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고 인생을 크게 바꾼 벼락이었다. p.64
축제 전날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1년 후 벼락을 맞은 누나는 한쪽 청력을 잃는다.
동네 유지 갑뿌 두 명이 죽으면서 아버지가 용의자로 몰리지만, 무혐의로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유키히토는 아버지의 혼잣말을 들어버렸다. "난 틀리지 않았어."
누구나 저마다의 비밀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비밀은 언젠가 밝혀진다. 그것도 뜻하지 않은 상황에 말이다. 아버지가 진범일까 봐 사건의 진실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유키히토가 딸 유미와 누나 아사미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사건을 파헤치며 전모를 파악하게 된다.
벼락을 맞고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비밀로 간직한 아사미, 벼락의 여파에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누나가 잃어버렸다고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유키히토 남매의 삶은 비밀과 상처투성이다. 딸의 인생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은 어디까지일지 마음을 아리게 한다. 저자는 감추었던 진실을 마주한 당사자의 충격을 그려내며 운명의 장난처럼 대를 이어 반복되는 자식의 죄를 덮고 감내하는 부정이 과연 옳은 걸까? 생각해 보게 한다.
햇빛을 보면 잘 자란다며 난간에 엉겅퀴를 올려놓은 15년 전에도
버섯을 보여주며 아버지의 칭찬을 받고 싶던 30년 전 한 소년의 행동은 순수한 동심이었다.
아버지를 기쁘게 하고 싶은 아이의 행동이 뜻밖의 결과를 자아내듯,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의 인생인 것 같다.
<용서받지 못한 밤>은 단숨에 읽히는 탄탄한 스토리의 미스터리 소설로 저자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