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 뿌쉬낀 명작 단편선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백준현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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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라는 알렉산드르 뿌쉬낀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다. 뿌쉬낀 명작 단편선 <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은 러시아 낭만주의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저자의 삶을 알면 작품을 이해할 때 어떤 마음으로 써 내려갔을지 조금은 짐작해 볼 수 있다. 작가 알렉산드로 뿌쉬낀은 낭비벽 있던 어머니와 문학에 관심 있는 경박한 성격의 아버지 슬하에서 어린 나이부터 문학적 소양을 키우며 자랐다. 아내 나딸리야와 결혼하는 과정에서 전염병으로 떨어져 있는 시기 동안 그는 작품의 전성기를 맞았고, 아내가 사치스러운 사교계의 여왕이 되어 추문에 휩싸이며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푸쉬낀의 벨낀 이야기는 38살의 나이에 결투 중 복부에 맞은 한발로 사망한 그의 비극적인 삶을 추모하듯 단편 『남겨둔 한 발』로 시작한다.

 

불명예에 대해 목숨을 건 결투를 다룬 『남겨둔 한 발』을 시작으로 부모의 반대에 결혼의 난관에 부딪힌 연인이 돌고 돌아 다시 재회하는 『눈보라』, 자신이 장사 지냈던 망자들과 보낸 시간이 꿈이었단 사실에 안도하는 『장의사』, 사랑하는 딸을 군인에게 빼앗기고 병들어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의 이야기 『역참 지기』, 가문 때문에 신분을 변장하고 남성에게 다가가지만, 가문의 화해로 혼인의 급물살을 타는 『귀족 아가씨-시골 아가씨』, 부를 획득하고팠던 한 사내의 일그러진 욕망을 그려낸 『스페이드의 여왕』으로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 문학에 낭만주의의 도래를 알렸다는 문학사적 평가를 받는 푸쉬낀답게 단편 곳곳에 상속녀와 사랑이라는 러시아의 고전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잘 녹아있어 몰입도가 좋은 한편, 비극적인 사랑과 환경을 초월한 해피엔딩을 추구해 허무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은 그동안 다소 어렵게 느껴지던 러시아 문학에 대한 편견을 없애준 작품이다. 물론 작품 속 주인공들의 어려운 이름은 작품 이해에 조금은 방해가 되긴 하지만 고전에서 이미 접해 본 플롯들이 녹아있어 다른 작품들이 연상되어 쉽게 읽힌다.

 

욕망에 사로잡혀 파멸에 이르는 주인공이 있는가 하면, 원수 집안의 자녀가 사랑에 빠져 비극적인 결말을 예고할법한 상황에 집안의 관계가 극적 호전되며 혼사로 이어지는 등 독자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해피엔딩의 결말을 바랐던 그의 세계관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해 보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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