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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여전히 우리는 인종차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계에 살고 있다. 힙합의 프레임에 갇힌 암울한 10대 흑인 소년이 세계적인 철학자로 살아가기까지 인생의 전환기를 회고하며 <배움의 기쁨>에서 아버지와 책에 대해 배움의 연대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여느 10대 흑인 아이들처럼 힙합을 듣고, 백인보다 우월한 피지컬로 문제아가 되기 쉬운 환경에서 자랐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버틸 궁리를 하고, 배움을 두려워하는 동네의 관습과는 달리 저자의 집에는 학업을 강조하며 매일 책을 읽는 아버지가 있었기에 조지타운 대학에 입성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가 진정 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 계기는 또래의 압력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는 또래의 압력에 책을 멀리했지만, 제일 똑똑한 사람이 되려는 조지타운에서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인간에게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한 것 같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독서광이 되었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아는 터 금융인의 삶을 고사하고 철학자이자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만 여권의 책을 소장한 다독가 아버지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제약이 많았던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는 오로지 책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 정작 책 읽는 즐거움은 모르는 채, 지식을 하나라도 더 습득하기 위해 여전히 책에 줄을 그어가며 매일 책에 파묻혀 치열한 독서에 치중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에서 '배우기만 하고 즐길 줄 모르는 삶은 슬퍼지고, 즐기기만 하고 배울 줄 모르는 삶은 어리석어진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책은 분명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도구이지만, 그 학습을 통해 배움이라는 기쁨을 온전히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한다.
아울러 저자의 고등학교 친구들 중 배움에 열심이었던 사람과 게을리했던 이들의 현실적인 격차에서 학창 시절의 학습의 방향성이 미래의 인생을 좌우함을 다시금 입증시켜 준다. 공부는 스스로 해야 의미 있는 것이지만,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학습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