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인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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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초역 도서라 설렘으로 읽기 시작한 찬쉐의 『 마지막 연인』, 중국의 카프카라는 명성답게 소설의 전반적으로 허무와 난해한 분위기가 깔려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며 살아가는 이들이 사랑 없는 욕망의 허무함을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저마다 현실의 도피처를 가지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에서 욕망과 사랑 그리고 우리가 바라던 자유는 도달할 수 없음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자신이 평생 읽은 소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더 읽고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보겠다는 존은 툭하면 환각에 가까운 상태에 들어가 실험하고, 그런 존을 보며 마리아는 독립심이 강해진다. 한편 레이건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던 에다는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결국 돌아오는 등 주인공들은 같은 하늘 아래 기묘한 구조 속에서 살아간다.

 

 

독서광 존은 공포 소설의 세계에서

존의 아내 마리아는 카펫을 짜면서

사업가 빈센트는 꿈속에서

농장주 레이건은 상상 속에서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들며 살아간다.

 

다크 한 느낌의 카프카 소설처럼 찬쉐의 책도 쉬운 책은 아니었다. 세계의 구석구석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나열하며 인생이란 여행의 종착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애를 써도 전진은 더디기만 하다. 찬쉐의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오가는 전개에서 문뜩 과연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의 출구는 과연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세계가 무너졌을 때 우리는 마음속의 깊은 어둠을 마주하게 된다. 즉, 자신의 소우주를 파괴할 때 진정한 자신의 삶을 조우하는 걸까.

 

 

"가장 두려운 일이 바로 가장 겪고 싶은 일이죠."p.266

"에다, 넌 도처가 집인데 도처에 사는 게 싫어?"라라가 물었다.

"난 한 마리 벌이야. 벌이 어떻게 둥지를 짓는지 봤잖아."p.441

 

우리가 인생의 한 발을 내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우리가 미래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딜 때 비로소 나만의 세계가 완성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모든 일은 책에 쓰여 있다'라는 문장이 거듭 반복되듯이, 책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깨우치고, 경험을 쌓아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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