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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평점 :
천재 작가 렌조 미키히코의 추리 소설 <백광>은 질투와 운명이라는 인간의 굴레를 조명하며 반전의 백미와 충격적인 결말로 독자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저 아이를 죽여주세요"
네 살 난 여자아이 나오코의 시체가 발견된다.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 안마당에 사체를 묻어 은폐한 이는 누구인가?
평온해 보이던 가정은 한순간에 숨겨져 있던 온갖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
아이를 언니네 집에 맡기고 간 불륜녀 엄마, 아내의 불륜에 더 이상 참기 어려운 남편, 아이와 한 집에 남아있던 할아버지 등등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가 하면, 사랑하는 이의 잘못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시기심에 눈이 멀어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이기적인 마음까지 모여 배신과 보복의 전쟁터 같은 이 집안의 누구 하나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이 집의 거미줄처럼 복잡한 인간관계 때문에 나오코 살인 사건은 뒤죽박죽 미로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버린다.
"인생은 간단한 것이고 운명은 용기를 내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미는 자에게 언제나 선량하다. 저 모퉁이를 돌기만 하면 그다음은 이 차처럼 자동적으로 나를 행복으로 실어가 줄 것이다..." p.175
빠른 호흡으로 진행하는 소설 <백광>은 저자의 촘촘한 서사와 양윤옥 번역가의 깔끔한 번역이 더해져 미세먼지가 자욱한 토요일 오후를 두뇌 싸움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거짓 자백과 진실 공방이 오가는 진범 찾기 술래잡기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라 진범의 정체가 드러난 것도 뜨아했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소름이 쫘악 끼치는 마지막 페이지였다.
모 모 출판사에서는 "범인의 정체에 놀라지 않았다면 전액 환불해드립니다."라는 환불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백광>의 화자가 바뀔 때마다 범인의 수사망이 좁혀지는 듯하면서도 미궁으로 빠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이기에 자신감 넘치는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