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클래식이 좋아서 - 홍승찬이 사랑한 클래식 그저 좋아서 시리즈
홍승찬 지음 / 별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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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홍승찬 교수가 <객석>에 연재한 음악 칼럼을 엮은 <그저 클래식이 좋아서>는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가란 무엇인지 짚어보며 클래식이 녹아든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릇 귀하고 잘난 것들이 다 그렇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이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묵을수록 오히려 더 깊고 짙은 맛과 멋이 풍깁니다. 낡은 것을 지니고 묵은 것을 그리는 마음이 클래식입니다. 많이 가진 것을 자랑으로 삼지 않고 하나라도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려는 마음입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고 믿음입니다." p.7

 

저자는 긴 겨울 다음에야 짧은 봄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말의 뜻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예술 또한 그러하다며 예술이 그토록 고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기나긴 고통의 세월을 견뎌야 한 사람의 예술가로 거듭 태어날 수 있고 스스로를 던지고 버려야 하나의 온전한 작품을 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저 클래식이 좋아서>는 명곡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이는 아이를 잃은 슬픔을 곡에 승화시켜 냈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여 어둠이 가득한 세상에 빛을 밝힌 예술가들의 인내의 시간을 조명한다. 바흐, 브람스 등 우리가 아는 수많은 작곡가들의 상당수는 생계형 음악가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이 세상의 소리가 아닌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기에 지금 우리의 귀가 호강하는 게 아닐까.

 

클래식 에피소드를 많이 알면 알수록 작품의 우수성에 매료되는 표면적인 감상을 넘어 현실적 한계를 극복한 이들의 울림이 마음에 와닿게 된다. 삶을 사랑한 결과물을 빚어낸 그들의 작품에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울림을 오롯이 느끼기를 바라본다.

 

벌써 3월이다. 긴 겨울의 끝에 봄의 계절이 왔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3년째 코로나가 뒤흔든 삶에 갇혀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우리나라의 홧김에 불을 지른 한 사람의 이기심 때문에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며칠 동안 불바다가 된 것은 물론이고 600년의 역사가 녹아있는 금강송 군락지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가장 어렵고도 본질적인 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고난 중에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살은 모든 것이며 또한 신이기 때문이며, 삶을 사랑하는 것은 신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비록 현재는 암흑 같은 나날의 연속을 걷고 있지만, 이 삶의 고통을 이기고 견뎌내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진리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클래식이 좋아서>에서 소개된 작품을 음미하며 리뷰를 쓰다 보니, 그들의 아픔이 느껴져 먹먹해진다. 멋진 삶이란 보이는 화려함보다도 은은하게 깊이감이 느껴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클래식이 주는 감동과 여운이 깃든 삶이라면 보다 멋스러운 삶이 어디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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