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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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미스터리 장르를 연 이케이도 준의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가 거장의 작품에 얽힌 미스터리 소설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로 돌아왔다.

 

"기본은 성선설.

하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똥은 철저하게 떨쳐낸다

- 그것이 한자와 나오키의 방식이었다." p.177

 

현대사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어도, 세상의 본질은 공생과는 거리가 먼 약육강식이다. 평소에는 윗사람에게 순종하며 규율을 잘 지키는 월급쟁이라도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으면 매장될 수도 있다. 한자와에게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p.179

 

은행 여신과장 한자와는 거래처 센바공예사의 대출 건을 성사시키려고 하지만, 좀처럼 상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 부하직원이 잘하면 자신의 공이고, 자신의 잘못은 부하직원을 탓하는 전형적인 꼴 보기 싫은 상사인 지점장 아사노는 센바공예사의 M&A 건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센바공예사의 회생에는 관심 없고, 자신의 업무마저 한자와에게 떠넘기기 일쑤다. 전통 있는 미술 출판사인 센바공예사를 인수하려는 신흥 기업 자칼의 꿍꿍이는 무엇일까. 사건에 접근할수록 첨예한 대립구도와 거장의 작품에 숨겨진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과 직장인의 마음을 꿰뚫는 심리묘사 그리고 벼랑 끝으로 몰려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힘으로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성선설, 권선징악의 결말로 이끌어내는 한자와 나오키의 통쾌한 복수는 이케이도 준 특유의 사이다 같은 한방으로 짜릿하다.

 

소설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는 명화 앙드레 드랭의 '아를르캥과 피에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가면을 벗은 아를르캥과 분장을 지운 피에로의 지치고 초라한 모습에서 광대의 슬픔을 표현함을 알 수 있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는 사실 비슷한 뜻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아를르캥은 프랑스어로 어릿광대를 뜻하는데, 오페라에서 화려한 가면과 격자무늬 의상을 입고 교활한 성격으로 묘사되는 반면에 피에로라고도 불리는 어릿광대는 익살스러운 분장과 순수해 보일 정도로 어리숙하게 그리곤 한다.

 

이케이도 준이 소설에 '아를르캥과 어릿광대'의 작품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성공한 화가의 비밀 그리고 자신의 사회적 입지를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는 이들을 통해 사회에서 부여한 명예와 성공은 화려해 보이지만 한낱 가면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성공을 거머쥐기까지 교활함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권모술수로 무장하며 고군분투할지라도 정도에서 벗어난 성취는 결국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음을, 아직까지는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라는 희망을 불어 넣으며 마무리한다.

 

이케이도 준의 <변두리 로켓>시리즈도 재밌게 읽었는데 <한자와 나오키>시리즈의 최신작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는 예술이 가미되어서 그런지 더 흥미롭게 읽혔다. 심지어 소설에 도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품들을 눈으로 감상하고 있는듯한 기분마저 든다. 강직하면서도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또 언제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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