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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ㅣ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 동화 속 주인공들이 미스터리와 만났다.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는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재해석하며 명탐정 빨간 모자의 신비한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소설에는 원하는 꿈을 바로 눈앞에 보여주는 성냥이 등장한다. 빨간 모자는 할머니가 이 성냥에 중독되어 죽음에 이르자, 성냥을 팔아 부를 거머쥔 엘렌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시체를 마주하고, 영특한 추리로 베일에 가려진 범죄자를 밝혀낸다.
'우와, 기발하다'라는 감탄과 함께 마법에 빠진 듯 책장에 빨려 들어간다.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가 독자의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동심을 터치하는 동시에 짠한 마음을 통쾌하게 복수하고 응징하는 스토리에서 공감과 희열의 전율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 동화 속에서 애달픈 사연으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주인공들이 복수를 꿰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은 가히 천재적이다.
"난 아무 잘못 없어. 원하는 꿈을 눈앞에 보여주는 성냥이라니, 이보다 더 멋진 게 어딨겠어? 무분별하게 남용하다 폐인이 되는 건 그걸 쓰는 사람이 심약하기 때문이야. 마음만 강하면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며 살 수 있어"
"사람들은 원래 심약해."
"그런 사람들을 잘 이용하는 게 강한 사람이지. 약자들은 그 나약한 면모 덕분에 내 성냥을 잔뜩 사주고 있어. 그래서 난 더 사업을 확장해 갈 수 있고. 게다가 마을에 기부까지 하니 모두 기뻐하잖아."
"그것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도 아주 많아."
"꼭 나태한 인간들이 틈만 나면 그런 소리를 하더라. 자기는 아무 노력도 안 하는 주제에 성공한 사람들을 질투하고 증오해. 노력보다 증오하는 게 훨씬 편하니까." p.291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꾸고,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 실현 불가능해지면서 신세한탄만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만일 우리에게도 엘렌의 성냥이 있다면 어떨까?
소설에서처럼 국경을 초월하며 주문이 폭주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이를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고 달려온 엘렌 탓으로 돌리는 게 온당한가.
저자는 '세상 모든 부를 손에 넣겠다고 굳세게 마음먹고 악착같이 돌진하다 보면 값비싼 꿈에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꿈에야말로 돈을 들여야 한다면서 말이다. 성냥 하나에 행복을 꿈꾸던 성냥팔이 소녀까지 녹아있는 듯 동화 속 주인공들을 각색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빨간 모자의 추리력이 더해져 미스터리 소설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는 한번 손에 쥐면 놓기 싫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