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 - 오늘날 세상을 만든 신화 속 상상력
이인식 지음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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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신화와 과학은 상반된 분야이지만, 이인식 교수는 신들의 이야기가 널리 퍼진 지역일수록 세계적인 발명이 뒤따랐다고 말한다. <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을 통해 신화 전설 속에 묘사된 서른네 개의 과학 기술에 대해 살펴본다.

 

창세 신화의 근원부터 시작해서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발명품 그리고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열망, 사랑, 욕망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영생을 꿈꾸지만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음을 이야기하며 유토피아를 이야기하며 마무리한다.

 

끝 모를 욕심으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며 바벨탑을 건설한 결과 인류의 단일 공동체가 무너지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여 바벨탑 신화는 저주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베트남, 소말리아는 단일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정신적으로 유연하고 창조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바벨탑 이야기는 어쩌면 창조주가 언어를 뒤죽박죽 뒤섞어놓고 인류를 흩어져 살게 한 것이 문명 발달 측면에서 축복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저자의 추론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항아분월의 전설을 소개하면서 머지않아 우주여행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해 비교하는가 하면, 신들의 현란한 변신을 소개하며 비슈누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 변신을 했다면, 제우스는 애정 행각을 벌이기 위해 변신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아들이 아버지를 경쟁자로 여기는 욕망의 원인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명명하게 된 배경이라든가, 성경 속의 금지된 사랑, 종교와 과학의 만남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방대한 지식 여행으로 초대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인생이고, 아는 만큼 살아가는 재미가 넘쳐난다. 지식인들이 계속 공부하는 이유도 공부할수록 삶이 재밌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아닐까. 그리스 신화 이야기는 우리의 삶 속에도 이미 깊숙이 녹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넘사벽 막장 드라마이기에 접하면 접할수록 그 재미에 심취되는 단골 소재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평소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 있던 독자라면 단숨에 <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 수많은 도판이 수록된 컬러 양장본이라 소장 가치도 높을뿐더러, 도슨트 투어하듯 풍부한 배경지식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신화와 과학을 아우르는 <처음 읽은 세계 신화 여행>은 재미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책이다. 세상의 없는 좋은 곳, 유토피아를 언젠가 마주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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