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2021년 에드거 상 수상작인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빈민가 아이들의 실종사건을 직접 수사하러 나서는 아이들의 모험담을 담은 추리소설이다.

 

보라선 열차의 종착지, 스모그가 가득한 인도의 한 빈민가에서 아이들이 하나씩 실종된다. 그러나 경찰들은 손 놓고 있자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평소 '경찰 순찰대' 드라마 애청자인 9살 소년 자이는 친구 파리, 파이즈와 함께 '보라선 정령 순찰대'를 조직해 사라진 친구를 찾아 나서며 보라선 열차를 탑승하는데...

 

왜 아이들이 보라선 열차를 타고 위험한 도시까지 오게 됐는지 의아한 이들에게 자이는 당당하게 말한다.

"가난하다고 경찰이 신경을 안 써주니까요."

 

"경찰이 바하두르 엄마한테도 그랬대, 아들 스스로 가출한 거라고. 옴비르 엄마 아빠한테도 그렇게 말했고." 파리가 말한다. " 그래야 자기들이 편하니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우리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우리 잘못인 거지. 우리 집에서 티브이가 사라지면 우리 중 누가 훔친 거고, 우리 중 누가 살해되면 우리끼리 싸우다 죽인 거고."

 

실종되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동네는 술렁이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외출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이의 누나 루누마저 실종되자 자이는 본격적으로 범인 색출에 나선다. 자이를 못 미더워하던 아버지는 비록 누나를 찾지는 못했으나 자이를 진짜 영웅이라고 인정한다. 보라선 정령 순찰대가 없었다면 범인을 잡지 못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경찰이 이제야 제대로 수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아이들의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빈부격차에서 더 크게 두드러지는 성차별, 종교적인 갈등과 부조리를 고발한다. 아이를 유괴해도 부모에게 협박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당황스럽다. 협박해도 몸값을 지불할 수 없는 빈민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괴된 아이들은 노예로 팔린다고 한다.

 

인도 출신 저자 디파 아나파라는 뭄바이와 델리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중 빈곤 가정의 어린이들이 실종되는 사례를 목도하게 된다. 인도에서는 지금도 하루에 180명의 아이들이 실종되고 있지만 유괴범이 체포되거나 잔혹한 범행이 알려질 때 매스컴에 알려질 뿐, 아이들의 실종 사건과 불평등의 문제는 거론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단순히 통계수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아이들이지만, 해맑고 티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저려온다. 반면에 부각이 되었던 것은 이웃들의 정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그들은 남의 집 일을 봐주면서 살아가는 넉넉치 않은 형편이지만, 서로의 삶을 돌봐주는 온기가 있었다. 비극의 연속에서도 더욱 빛난 세 꼬마의 우정, 동네 주민들의 따스함이 스모그 가득한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희망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인간은 누구나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될 거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넝마주이 대장이 말한다.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늙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고. 하지만 그들조차도 어느 순간에는 깨닫게 될 거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언젠가는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는걸. 우린 이 세상에서 한 점의 먼지에 불과해. 햇빛을 받으면 한순간 반짝이다가 곧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먼지.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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