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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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등대지기 실종 사건을 바탕으로 새롭게 쓰인 <등대지기들>은 바다가 비추는 고립된 인간의 민낯을 마주하게 하는 동시에 어둠 뒤에 찾아오는 빛에 대해 이야기한다.

 

1972년 12월 31일

등대를 지키던 세 명의 등대원이 사라졌다.

아서 블랙, 윌리엄 빌 워커, 빈센트 본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일련의 단서들이 남아있었다.

출입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두 개의 벽 시계는 같은 시각에 멈추어 있었으며, 식탁에는 식사를 앞둔 식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주임 등대원의 기상 일지에는 폭풍이 그 타워를 맴돌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공교롭게도 그날 하늘은 맑았다.

 

실종 사건 발생 20년이 지난 92년 5월, 소설가 댄 샤프는 미궁으로 남은 등대원 실종사건을 소설화하기 위해 실종자의 가족과 연인을 만나면서 등대원 실종 미스터리 사건의 전모를 추적해 나간다다. 대체 이날 등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회사에서는 비밀리에 부치기를 원하는 걸까? 저자는 진실을 숨기려는 자와 진실에 관심을 가지는 자가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여 심리적 변화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주임 등대원 아서는 뭍으로 나가는 것보다 바다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남편에게 서운한 헬렌,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빌과 제니는 일찍 결혼해 아이 셋을 키우지만, 빌은 헬렌을 보며 다른 마음을 품게 된다. 수감 경력이 있는 빈스와 그의 애인 미셸까지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바다에 고립되는 등대지기가 된 배경과 등대지기의 아내로 살아가는 삶, 그리고 사건 발생 후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들의 삶을 조명하며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말한다.

 

 

책 후반부에 아서가 왜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지, 사건의 전모는 무엇인지 진실의 퍼즐이 맞춰진다.

아서와 헬렌의 아들 토미가 떠난 바다에서 그는 토미를 느끼고 있었으며, 등대가 유일하게 그의 영혼을 구해주는 안식처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싶지만 결국 말을 삼킨다.

 

"내가 거기 있으면, 우리 아들은 외롭지 않아. 내가 뭍에 당신과 함께 있으면 토미가 날 기다려. 토미는 내가, 자기 아빠가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했다.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심연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p.443

 

<등대지기들>은 1900년 12월 스코틀랜드 앞바다의 엘런 모어 섬에서 세 명의 등대지기가 사라진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파도는 높이에 따라 우리에게 평온함을 불러오기도 하고,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저자는 미스터리의 진실에 추적하면서도 피해자들의 감정 선과 8주간 등대에서 적막함 속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등대지기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사건을 추적하면서부터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데, 등대의 불빛이 어두운 바다를 비추는 것처럼, 사람은 아픈 상처를 마주하고 받아들여야 어둠에서 나와 빛을 밝힐 수 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꼭 끝장까지 읽어봐야 하는 소설이다. 어둠이 지나간 뒤에 희망의 빛을 마주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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