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 2022-2023 - 메디치 격년 Biennium 전망서
하지현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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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위드코로나로 상황은 더 심해져간다. 코로나의 종식이 2024년이라는 예측과 함께 당장의 2022년과 2023년의 미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촉 2022-2023>은 개인의 안녕에서 시작해 경제, 정치, 문화, 사회의 여러 분야로 다중확장 연결되는 흐름과 전개양상을 짚어본다.

 

"필사적으로 모든 위험을 막아내려는 사회,

바로 그러한 사회 속으로 야만스러운 것이 되돌아온다."

-마페졸리

 

메디치 Biennium 전망서 <촉 2022-2023>에서 저자들은 코로나 이후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스페인 독감이 전세계를 뒤덮었던 1세기 전과 매우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다. 코로나의 종식을 2024년으로 예측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장미빛으로만 기대할 수 없는 것도 경험에 따른 것이다. 페스트가 물러나고 중세 유럽의 도시들은 축제의 종을 울리고 새로운 출발을 반겼으나 외환위기를 넘어서자 찾아온 것은 흥청대던 과거가 아니라 자신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야 하는 차가운 미래였음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코로나 시대의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하고 이해하는 자세는 일시적 상황에 대한 반응보다 앞으로 우리 사회와 개인의 심리적 세팅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 p.20

 

이 불확실한 시대에 유일하게 믿을만한 것은 돈뿐이라는 말을 빈번하게 듣는다. 저자는 돈과 함께 개인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사회적 지위다. 사회적 지위는 학력과 동반한다고 지적하며, 사회의 불평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면 일단 나부터라도 능력이 된다면 사다리의 윗자리로 올라가 있는 게 안전한 선택이라고 덧붙인다. 비록 그 투자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고 기회비용이 크며, 시간이 많이 든다 하더라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8장의 여행과 여가의 미래에서 저자가 소비에는 소비의 논리가 있고, 허비에는 허비의 맥락이 있다고 말한다. 허비란 여백이 있는 소비로, 소비가 모던하다면 허비는 포스트 모던하다며 논리가 아니라 맥락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허비하게 되며 자신만의 '허비스토리'가 있다고 한다. 이걸 당당히 얘기하고 '허밍아웃'할때 우리는 그 사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며, 허비는 온전히 자신만의 대화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허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허비해도 된다는 강한 자의식이 필요하며, 남이 뭐라던 나한테 의미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된다는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는 합리적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허비 프레임으로 접근했는데 허비로서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존의 패키지여행은 관광의 대상만 고민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패키지여행 위주의 여행산업은 개인 여행 위주로 바뀌고 있다. 미래 여행의 키워드로 '도시 옮기기 게임', '식물 여행' 그리고 '관계 맺기 여행'을 꼽는데, 도시를 벗어나면서도 도시의 편리를 가져가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욕망을 충족하면서 여행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을 하고 싶어한다. 관광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다.'

 

대선을 앞두고 그 어느때보다 정치에 많은 관심을 쏟을거라고 이야기하는 2022년, <촉 2022-2023>은 국가적 낙관론과 개인적 비관론이 교차하는 쌍곡선을 이룰 것이며, 우리는 소비로서의 관광의 종말과 허비로서의 여행의 시작을 꿈꾼다고 말한다. 또한 플랫폼 노동이 보편화되고, 탈원전도, 탈-탈 원전도 답이 아니라는 현실의 에너지 문제까지 전문가 10인이 전망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본다.

 

우리의 2022-2023년은 불안과 우울 그리고 혐오의 확대공급이 기본값이라는 점이 안타깝지만,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한 개인의 두 가지 캐릭터를 충족시키기 위해 또 나를 갈고 닦는 것밖에 답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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