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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진상 - 인생의 비밀을 시로 묻고 에세이로 답하는 엉뚱한 단어사전
최성일 지음 / 성안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인생의 비밀을 시로 묻고 에세이로 답하는 엉뚱한 단어사전이라는 부제가 궁금증을 자아냈던 책 <단어의 진상>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야기다.
책을 한 장 넘기면 단어의 진상 사용설명서가 나온다. <단어의 진상>은 시-> 제목-> 에세이로 이어진다. 제목이 없는 시를 천천히 읽어보면서 어떤 단어가 연상되는지 생각하면서 다음 장을 넘기면 제목과 함께 에세이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 문장과 함께 일러스트가 에피소드를 정리해 준다. 해당 단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끄적이는 공간도 있고, 독자로 하여금 <단어의 진상>을 최대한 음미하며 활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4
어때
속이 쓰려오고
그만 주저앉고 싶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지?
쓰다고?
그게 쓰다고?
원래 그런 거야
견뎌내
견뎌내다 보면
아, 이거 별거 아니네
이런 거였네
그런 생각이 들 거야
즐겨보라고
그 수밖에 없어
인생이 다 그런 거야
원래 쓴 거야
커피
커피는 쓰다.
처음 커피를 마셔보는 아이들은 인상부터 쓴다.
이런 걸 왜 마시냐고.
그런데 이유가 있다.
(중략)
고통은 그 자체로 대가다. 고통 그 자체가 희열이다.
공부 좋아하는 놈은 평생 공부가 답이고,
천생 배우는 늙어 쓰러질 때까지 연기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그것이 운명이다.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또 다른 고통 속에서,
숨이 턱턱 막혀오는 바로 그 순간에 느껴지는, 향기롭고 달달한,
그래서 희열마저 느껴지는 죽도록 못 잊을 그 쓴맛이 바로 그 대가다.
세상에 쏟아지는 수많은 양서를 다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최대한 양서를 골라서 읽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에세이를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것도 한몫하겠지만, 책이 금방 읽히는 것은 좋으나 내게 여운을 남겨주는 책이 많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나의 이야기같은 위로가 되는 에세이를 만났다.
<단어의 진상>은 사람에게 사람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고, 내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하며 토닥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면서 동시에 이기적 동물이기에 자신에게 조금 더 집중하며 타인에게 두는 관심을 조금 거둔다면, 인생이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해진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를 이렇게 요약한다.
타인과 거리 두기
세상과 거리 두기
내 속의 집착과 거리 두기
단풍이 물들고, 이제는 낙엽비가 떨어져 바닥에 수북이 쌓인 계절이 왔다. 찬바람이 불지만, 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운 이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갈피를 넘길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단어의 진상>을 음미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