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와 같은 위대한 소설이라는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가족과 사랑이 녹아있는 울림이 있는 성장 소설이다.
너는 내 햇살
내 하나뿐인 햇살
넌 모르겠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부디 내 햇살을 앗아가지 말아줘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30대가 된 남성의 1인칭 서술 고백으로 진행된다.
1989년 어느 여름날, 12살 소녀 린디 심프슨에게 일어난 찍한 사건에 대해서.
평화로운 마을 베턴루지에서 어느 날 린디 심프슨이 강간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들은 무혐의 처리되고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은 미제 사건이다. 그러나 남몰래 린디를 짝사랑했던 소설 속 화자는 죄책감을 가지고 범인을 색출하기에 앞장서는데...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성폭행이라는 사건으로 한 소녀의 삶이 파괴되고,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혹시라도 자신의 아들이 범인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아들을 바라봐야 하는 부모의 심정을 그리고 그런 소녀를 사랑하는 한 소년의 심리묘사를 통해 평온하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네 명의 용의자 중 한 사람이었으며 사랑은 어떻게 사람을 구원하고, 기억은 어떻게 인생을 구성하는가'라는 범죄 스릴러의 면모를 가진 동시에 청자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한 소년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 부모님의 이혼, 누나의 죽음까지 잇따른 비극 속에서 어느새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성인으로 성장해있는 화자와 린디를 마주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착할 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10대 소년에게 상대에게 거짓 없이 자신을 보여주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삼촌의 조언이 와닿았다.
"그냥 그 애가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두려무나. 그러면 좋은 사람은 너한테서 좋은 면을 보고, 나쁜 사람은 나쁜 면을 볼 테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니? 넌 빈 캔버스란다. 그림을 그리는 건 상대의 몫이야. 사기꾼처럼 껑충거리며 다니지만 말려무나.(중략)"
"삼촌도 늘 그랬어요? 그러니까, 항상 상대방이 보고 싶은 모습만 보여줬어요?"
"아니, 늘 그렇지는 못했어. 우리도 그림을 그리니까. 상대방이 우리를 오해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을 오해할 수 있는 거란다. 그래서 상황이 복잡해지는 거지. 우리도 완벽하지는 않으니까 말야."
그런데 자신의 잘못도 아닌 사건에 대해 잊지 못하고 약 20여 년 전 사건에 대해 고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작가의 의도대로 궁금증을 자아냈는지, 저자는 소설 말미에 갑자기 왜 지난 이야기를 하는지 풀어놓았다.
"나는 벅차오르는 한편으로 너를 최선의 남자로 키워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든다. 당연히 과거의 나보다 나을 뿐 아니라, 내가 되고 싶었던 그런 남자로 말이야. 이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에 나는 너를 향해 내 어린 시절과 그때 저지른 실수를 솔직히 털어놓았고, 내게 있었던 다정한 가족이라는 믿기지 않은 행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 나는 우리의 시작이 순조로웠으면 해. 나는 우리 둘이 이 세상 속에서 좋은 남성으로 살아갔으면 해.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 말할 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네가 이해하길 간절히 바라."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고통스러운 사건으로부터 잊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소녀의 마음과는 달리 자신이 파헤쳐서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한 소년의 철없던 사랑과 패기가 이기적인 폭행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과 달리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1인칭 화자가 묵직하게 전하는 소설이다. 모든 삶의 순간에 의미가 있음을 기억하고, 나만의 캔버스에 행복을 수놓으며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
모든 순간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다면,
언젠가 과거를 돌아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후회하고, 추억하고,
또 운이 좋다면, 그 순간을 소중히 아낄 수도 있을 것이다. p.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