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눈치 없는 언어들 - 알쏭달쏭하다가 기분이 묘해지고 급기야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
안현진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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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이일수록 말을 아끼고 단어를 신경 써야 함을 느낀다. 저자는 밤잠을 설치고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을 시작으로 단어의 진가를 몰랐던 말을 모아 <참 눈치 없는 언어들>에 담아냈다.

 

'그릇이 크다'

 

흔히 올바른 성정은 물론이고 마음의 깊이가 깊어 사람들을 잘 품으며 마음이 단단해서 큰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일컬어 그릇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빈 수레가 요란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그릇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작은 주전자는 금세 물이 끓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금세 식어버립니다. 한편 큰 주전자는 물이 끓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끓은 물은 웬만해서는 식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각각 용도와 본연의 특징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릇마다 쓰임이 다르듯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릇을 무엇으로 채우는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큰 그릇이라도 허영심으로 채워진 사람은 주변에 베푸는 것이 좋은 것이라며 감당하지 못할 만큼 사치를 부리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 신경 쓰다가 큰일을 놓친다며 디테일을 대충대충 넘기기도 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그릇이 작은 만큼 사소한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이것이 관계에서의 배려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타인에게 무작정 '그릇이 커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실상 그릇이 그렇게 크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그릇이 크다 할지라도 그 안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채우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그릇이 가득 차 있는 사람은 '그릇이 큰 사람'이 되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릇을 잘 채우고, 그 크기에 맞는 쓰임을 찾으라'라고 조언할 것이다.

 

<참 눈치 없는 언어들>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주변 인들과의 대화를 어떻게 했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어떤 이는 그저 하소연을 하고 싶어 전화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진심 어린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했을 텐데 강약 조절을 잘 했는지 말이다. 영혼 없는 대화에 실망했을 수도 있고, 무심코 던진 말에 뼈 아픈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말에 상처를 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어의 깊은 속내를 곱씹어 보며 나의 말 때문에 상대의 마음에 비수가 꽂혀 이불킥을 날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가장 좋은 위로는 공감이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거라 생각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영혼 없는 위로의 말을 삼가고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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