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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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도쿄에서 잇따라 발생한 3건의 의문사의 용의자를 모티브로 살인 사건보다 요리 블로거에 초점을 맞춰 작성한 미스터리 소설 <버터>. 버터와 요리는 과연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흠뻑 빠져들게 된다.

 

데이트 남성 셋을 살인한 혐의로 수감 중인 가지이 마나코에 대해 주간지 기자 리카는 그녀의 체포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그녀에 대한 특집 기사를 위해 인터뷰를 시도한다. 평소 식욕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리카가 버터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여성 마나코와의 접견을 통해 음식의 맛을 느끼며 살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가지이 마나코의 사건은 다음과 같다.

여유로운 초로의 남자들과 결혼을 전제로 데이트하면서 취업하지 않고 살아가던 여인 가지이가 반년 동안 남성 3명을 살인한 혐의로 체포된다. 사인은 수면제 과다 복용, 욕조에서 익사, 전철 투신 등 자살과 타살의 구분이 모호했지만, 사망 직전까지 가지이와 함게 있었던 것이 결정타가 되었던 것이다. 물적 증거가 부족했음에도 검사가 내세운 비뚤어진 정신론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신청한 상태다. 세간의 관심사는 사건의 진실보다 전형적인 꽃뱀과는 거리가 먼 가지이의 외모에 있었다. 100kg에 가까운 예쁘지도 않은 가지이가 어떻게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아 맛집과 사치품 포스팅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었던 걸까?

 

평소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던 리카가 가지이 마나코의 음식 묘사 설명을 들으면 침이 꼴깍 넘어가며 듣게 된다. 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혼자 사시던 아버지와의 저녁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단독 취재 조건으로 가지이의 요청에 따라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맛보면서 리카가 철옹성처럼 세웠던 자기만의 벽이 점점 허물어져 간다.

 

 

"맛있는 음식 이야기며 날마다 느끼는 불안이나 즐거움에 관해 서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대화를 즐기고 싶었어. 그런데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하면 싫어해.

자기들이 경험한 적 없는 요리를 만들면 불안해서 입을 다물어.

그 사람들이 아는 것, 예상되는 것밖에 인정하지 않았어." p.443

 

 

<버터>는 요리의 매력을 소설 곳곳에 녹여낸 책이다. 온기로 녹아들어 재료들의 풍미를 더해 요리를 완성시켜 주는 버터처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의 온기를 전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다. 비록 꽃뱀의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작성되었지만, 옥중에서도 인터뷰하다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까지 한 그녀의 매력은 어디까지인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충격적인 반전에 놀라기는 했지만, 세상의 알을 까고 나갈 때는 시련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거니까..

 

 

버터는 비쌀수록 맛있다는 말에 공감하는 바, 평소 이즈니 버터를 애용한다. 조만간 <버터>에 소개된 에쉬레 버터를 구매해 볼 생각이다. 가지이가 리카에게 권했던 대로 갓 지은 밥에 차가운 에쉬레 버터 한 조각을 넣고, 간장 한 방울 떨어뜨려서 황금빛 밥알이 입안에서 파도치며 버터가 떨어지는 느낌, 혀끝에서 몸이 가라앉는다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이런 불평등하고 까칠한 세상에, 자신의 생활이나 자기 주변쯤은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들로 단단하게 장벽을 쳐서 지키고 싶잖아. 돈을 들이지 않아도 머리를 쓰거나 품을 들여서 말이야. 게다가 그럴 때, 자기 손으로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귀찮을 때도 있지만 즐거워." p.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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