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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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는 SF와 누아르의 만남이라고 했는데, SF 판타지 히어로물 영화를 보듯 순식간에 읽히는 소설이었다. X 맨이나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히어로처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포트를 열어 공간 이동하는 초능력자 게이트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게이트는 대부분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조직에 초능력을 착취당하며 음성적인 일들을 하게 된다.

'평범함을 축복으로 받은 이들은 다른 세상을 알지 못한다. 텔레포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이 그들의 주위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그들이 한둘이 아니며 스스로를 게이트라 부르고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살아감을, 무엇보다 이 능력이 마지막에는 저주가 되어 그들의 삶을 끝낸다는 것을.' p.57

강원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는 도박에 심취한 사람들이 소재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평범한 이들처럼 살아가려는 자와 게이트들의 심장으로 연명하는 탐욕스러운 한 회장의 조직에 몸담고 살아가는 게이트들을 다룬다. 주인공 장진은 친모가 집을 나간 뒤에 아버지와 계모와 살아간다. 기면증이 심해져 학교를 중퇴하고 캐딜락 전당포에서 성 사장의 보호 아래 지내던 중에 지금껏 질병으로 알았던 기절 증상이 포트능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능력을 각성하거나 죽거나 선택의 기로에서 서게 되는데...

진을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며 숨어 사는 부모의 바람과는 반대로 진의 능력은 점점 강해지고, 강력하고 젊은 게이트를 찾는 조직과 심 경장의 추격에 진은 위기의 순간을 겪는다. 결국 성 사장은 진이 포트를 통제하여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해 물심양면 지원하고, 소설의 빠른 전개는 긴박한 위기의 순간들은 갈등이 고조되면서 친모의 실체가 밝혀진다.

포트란 누구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의 크기라고 했다.

가장 큰 절망과 가장 큰 소망, 심 경장과 정희가 그 가공할 만한 포트를 여는 이유였다. p.247

시공간을 넘나드는 능력은 꽤나 매력적인 능력이다. 그러나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에서 등장하는 포트는 포트가 닫히기 전에 이동하지 못하면 날카로운 칼날에 베여 선한 목적으로는 이동시키지만, 악의적으로 포트를 사용할 경우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고 지금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스스로의 선택이 빚어낸 결과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누아르 영화는 찝찝한 기분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이들의 마음이 큰 탓일까. 전면에 나서지 못하며 묵묵히 곁에서 챙기는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액션 장면들 그들의 결투 장면에서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요소를 다 가진 소설인 것 같다. 우리의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평범함에 감사하며 책을 덮었다.

제가 알 수 없는 세계가 진과 연결되어 있었다. 열아홉의 생일에 진에게 새 롤렉스 시계를 선물로 내주었다. 마지막 순간 제 몸을 내어 주인을 살려야 하는 사냥개로, 자신 대신 끝까지 진을 지켜주길 바랐다. p.281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게 뭔지 알아?

내가 가진 유일한 능력이 내게서 가족도, 행복도, 목숨도 빼앗아간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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