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의 역사 - 비너스, 미와 사랑 그리고 욕망으로 세상을 지배하다
베터니 휴즈 지음, 성소희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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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장르가 그리스 신화인 것 같다. 분명 신은 경이로운 존재이지만, 그들의 질투와 분노는 인간의 이기심과는 차원이 다른 막장 드라마다. <여신의 역사>는 신들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이 투영한 여신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아프로디테-비너스의 변천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녹아있는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파리스의 선택을 받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저자는 5천 년에 걸쳐 사랑과 쾌락의 화신일 뿐만 아니라 공포와 고통의 화신이며, 욕망이 빚어내는 황홀경과 극도의 고뇌를 상징하는 신이라고 말한다. 즉, 비너스는 인간의 특성에서 비롯된 파란만장하고 복잡한 일들의 총체이자,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인간의 강렬한 총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비너스는 대개 벌거벗고 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그러나 고대의 여신들은 옷을 차려입고 있었는데 기원전 4세기부터 아프로디테가 한결같이 옷을 벗고 등장했는데 그 기저에는 아테네의 거장 프락시텔레스가 최초로 <크니 도스의 아프로디테>라는 최초 여성 누드 조각 석상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남녀 불문하고 아프로디테 누드 석상 복제품을 의뢰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프로디테를 벌거벗은 존재로 기억하는 데서 더 나아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여성의 대표적인 상징의 대명사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4천 년이나 된 여신을 하룻밤에 폐위시키기란 어려운 법이다. 아프로디테는 파멸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번 모습을 바꾸었을 뿐이다. 아스타르테에서 아프로디테 그리고 비너스가 되기까지 이 여신은 4천 년 동안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갔다. 이 불굴의 생명력을 보면, 사람들은 초자연 세계의 중재자로서 자극과 위안을 주는 강력하고 연민 어린 여성을 언제나 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독교 풍토 속에서마저 아프로디테는 동정녀 마리아의 외피를 두르고 재탄생했다. p.150


미술 작품 감상을 즐기고, 유럽 유럽 여행을 더욱 깊이 있게 하고 싶은 유럽 러버라면 꼭 알아두어야 하는 상식이 바로 그리스 신화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고대 중세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흥행 보증수표가 바로 아프로디테-비너스라고 할 수 있다.


<여신의 역사>는 수많은 예술 작품 도판과 고대 그리스 전역과 코린토스 등 아프로디테 신전의 사료를 짚으며 역사상을 그려주기에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그리고 예루살렘까지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미와 사랑의 여신이 매춘하는 여신의 상징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압제와 억압의 상징으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클레오파트라가 자처하고 성모마리아의 모습으로도 되살아 나는 아프로디테는 시대별로 인간 욕망의 화신으로 재탄생을 거듭해왔다. 비너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티치아노와 루벤스의 캔버스 등 수많은 예술 작품을 통해서 시대상을 반영하며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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