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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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의 네 편의 중단편 소설 <피가 흐르는 곳에>는 인간의 욕망과 연약함을 잘 버무려놓은 매력적인 이야기다.

스티븐 킹의 <피가 흐르는 곳에>의 첫 번째 이야기 『해리건씨의 전화기』는 외로운 갑부 노인 해리건 씨에게 책 읽어주던 한 소년의 우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소년은 해리건씨가 선물로 보낸 복권에 당첨되어 감사의 의미로 스마트폰을 선물한다. 은퇴한 뒤에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며 신문물과 담쌓은 해리건씨에게 휴대폰은 전화 와 뉴스 그리고 주식까지 가능한 신세계를 열어준다. 그는 사후에 소년 앞으로 거액의 신탁을 남겨주는 데까지는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소년은 해리건씨와의 대화가 그립다며 수신인이 받을 수 없는 전화를 걸고, 무덤에서는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게다가 죽은 자에게 남긴 메시지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심지어 문자 메시지까지 오는데... 저자는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상황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일까?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에서야 초반에 소년이 stand by your man을 들으면 지금도 오싹해진다고 하던 문장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피가 흐르는 곳에』에서 특종을 위해서라면 흥분하며 얼굴을 마음대로 바꾸는 불멸의 존재, 공포를 집어삼키며 뉴스를 만들어내는 이를 이방인이라고 칭한다. 홀리 기브니는 한 중학교 폭발 사건을 제일 먼저 보도한 기자를 의심하면서 '그것'의 실체에 다가간다. 그러나 특종에 눈먼 언론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비극을 소비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돌이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뉴스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죠. 피가 흐르는 곳에 특종이 있다. 사람들이 끔찍한 뉴스에 가장 관심이 많기 때문이에요. 살인, 폭파, 교통사고, 지진, 해일, 사람들은 그런 걸 좋아하고 요즘은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이 있기 때문에 더 열렬한 반응을 보여요. "p.352

네가 아끼는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으로 도발하며 인간의 사랑과 욕망을 그려낸 『쥐』, 미래를 위해 현재를 누르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낸 『척의 일생 』까지 읽으면서 스티븐 킹이 왜 이야기의 제왕인지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가 흐르는 곳에>는 죽은 자에게 전화하는 소년, 무덤에서 울리는 벨 소리는 독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피가 흐르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방인 그리고 소원을 들어주는 쥐가 집으로 들어오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하지만 네 편의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은 끝까지 가지 않고 멈춤으로써 욕망의 굴레에서 멈추길 바라는 저자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피가 흐르는 곳에>는 스티븐 킹이면 읽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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