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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 - 바이올리니스트의 인생 플레이리스트
김수연 지음 / 가디언 / 2021년 7월
평점 :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음악이다. 음악은 삶에 지쳤을 때 토닥여주기도 하고,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 마음과 감정을 다스려주기도 한다. <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의 저자는 우리의 삶 속에 음악이 함께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콘서트장이 될 것이라 며 96곡을 선곡해 공연장으로 초대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의 <FUN 한 클래식>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그녀의 두 번째 책 <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도 기대하며 책장을 열었다. <FUN 한 클래식>이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도서였다면, <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은 30년간 음악인으로 살아온 그녀가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기억되던 일상이 녹아있는 책이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자기 전에 어떤 클래식을 들으면 좋을까요?"라고 한다.
그녀는 작곡가가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만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을 추천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골드 베르크의 연주를 좋아해 후원하던 헤르만 백작이 불면증을 호소하자, 골드 베르크가 바흐에게 작곡을 요청했다고 한다. 한 개의 아리아 선율과 이 아리아를 변주한 30개의 변주곡으로 총 연주 시간이 50분 정도 소요되는 곡이다. 바흐 특유의 작품성도 풍부하게 담겨있지만 잠이 쏟아져 눈이 스르륵 감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전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냈을 때는 안토닌 드보르자크; 연가곡집 <집시의 노래>중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OP.55 NO.4를 추천한다. 떠난 그 사람이 몹시도 그리워 뜨거운 눈물이 눈가에 맺힐 때, 그와 함께했던 보석같이 귀하고 소중한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라 덧붙인다. 작곡가 드보르자크 역시 이 곡을 작곡할 때, 세 자녀를 모두 잃고, 연이어 어머니까지 떠나보낸 터라 애절한 선율은 그의 슬픔이 녹아있는 듯 듣는 이의 가슴마저 먹먹하게 만든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부러운 부분은 일상에 클래식이 녹아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분주하기 그지없다. 영혼을 위로하는 클래식이 일상에 스며들게 하자는 취지로 저자의 인생 플레이리스트를 참고해 나만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바쁘게 살아오던 일상을 멈추고 천천히 돌이켜볼 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마주하게 되듯, '리타르단도'의 느긋함으로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기를 바라본다.
작품과 배경 상식을 전해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고 작품을 감상하면 감동은 배가 된다. QR코드로 바로 클래식을 재생시키면서 에피소드를 읽으며 클래식 이야기로 빠져드는 재미는 무척이나 매력있다. 다만 플레이시간 대비 에피소드가 짧아 오롯이 감상하기에는 조금 흐름이 끊긴다. 클래식 에피소드 분량을 좀 더 늘려주면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QR코드의 몇 개에 재생 오류가 있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다음에도 그녀의 내공이 녹아있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