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편견
잭 홀런드 지음, 김하늘 옮김 / ㅁ(미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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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는 만연해 있고 끈질기며 유해하고 변화무쌍하다"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편견이라는 부제답게 저자는 여성 혐오의 기원을 호기심을 참지 못했던 그리스의 판도라에게서 찾는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종교, 철학, 문학 등에 나타나는 여성 혐오의 역사를 짚어본다.

판도라는 여성의 유약함이 불러온 불행과 인류의 타락을 이야기하는 대명사다. 판도라 신화는 '여성이 오기 전에 인류는 신들의 친구가 되어 더할 나위 없는 행복 속에서 자주적인 삶을 누리며 슬픔과 괴로운 노동 없이/ 질병이란 속박 없이 살았다.'라고 전해진다. 제우스는 불을 숨겨 인간이 짐승처럼 날고기를 먹도록 벌을 내리려 했으나, 인류의 창조자인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에서 불을 훔쳐 땅으로 가져오자 화가 난 제우스는 '기쁨을 선사할 사악한 것'으로 판도라를 인류에게 선물로 보낸다. 판도라는 '모든 것을 주는 이'라는 뜻으로 여신의 비견할 만한 아름다움을 지녔는데, 신들은 교활한 태도와 암캐의 마음을 주었다. 판도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과 결혼하며 가져온 절대 열어봐서는 안되는 입구를 봉한 커다란 상자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그녀의 행동으로 인류는 노동을 해야 하며, 나이 들고 병들어 고통 속에서 죽을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고통과 악을 인간 사이에 흩뿌려놓았다는 이야기다.

판도라에 비견되는 신화의 여인은 기독교의 하와 이야기다. 『성경』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첫 인간인 '아담'은 자주적인 존재로 에덴동산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혼자 있는 모습이 보시기에 흡족하지 않았던 신은 아담의 뼈로 '하와'를 만들어 아담이 크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훗날 하와가 선악과나무를 따먹지 말라는 신의 명령을 어기면서 인류는 죄의식과 함께 헐벗고 있음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고, 노동과 출산의 고통이라는 인생의 업을 받게 되었다.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과를 왜 따먹었냐 질책하자 아담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여자가 내게 주어서 먹었나이다"라고 하와 탓을 하고 하와는 태연히 "뱀이 나를 구슬렸기에 먹었다"라고 고백한다. 아담의 고백은 최초의 찌질이 남성이라는 오명과 함께 인류의 불행과 고통을 하와, 여성의 탓으로 돌린다. 이는 그리스 로마 시대 상이 녹아있을 수 있으나 기독교가 여성 혐오의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흑사병이 유럽을 뒤흔든 이후에 악마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으면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도 있을 수 없다며 불확실성이 대두된다. 이에 악령이 여성들과 육체적인 관계를 하며 인간과 교류한다는 명목하에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박해당하며 수많은 여성의 생명을 앗아간 여성 혐오의 결정판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는 이외에도 셰익스피어의 문학 작품 속에 녹아있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시선, 전시 강간 등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남성 우월주의의 역사를 둘러보며 여성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 대해 고발한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었다고는 하나 여성성을 숨기고 사회에 나오는 여성들은 여전히 연봉과 처우에서 차이를 받고 있음을, 여성 혐오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천 년간 지속되온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임을 상기시킨다.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 혐오에 대한 글을 사랑하는 딸과 소통하며 객관적으로 써 내려간 글에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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